가정의학|정신건강(234) 김광일 <한양대 병원 신경정신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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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비인후과에 오는 환자중 목속에 뭔가 돋아나서 괴롭다고하는 환자를 신경정신과에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인은 목속에 혹이 돋아나서 침을 삼키기도 괴롭고 무슨 암이 아닌가 겁을 집어먹고 있는데 아무리 의사가 진찰해 보아도 이상한 점은 없다. 그러니 본인은 의사도 모르는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병이 없다고 진단한 의사를 엉터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신경정신과의 진찰을 받아보라는 이비인후과의사의 권유에 『내가 미친 줄 아느냐』고 대들기도 하고 신경정신과에 와서도『난 안 미쳤어요』,혹은 『나는 아무런 문제 거리가 없어요』등 불쾌해 하기가 일쑤다.
목 속의 이 물감은 목속에 무슨 혹이 있어 생기는 감각이 아니라 단순히 목속에 분포된 신경이 예민해져서 생기는 자각증상에 불과하다.
이 물감을 호소하는 환자는 중년여성에 많은데 그런 증세가 생기기 얼마 전부터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경우가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속을 썩였다거나 성적인 불만을 오래 경험했다거나 시부모와의 불화가 있었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개중에는 실제 편도선염을 앓고 난 뒤 편도선염은 깨끗이 나았는데도 목속이 부은 것 같은 감각이 오래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편도선염을 앓은 것이 단순한 계기가 될 뿐, 실제는 그 이전에 심리적 고통이 원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자기의 정신적 갈등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고 시인하려고도 않는 특징이 있다. 단지 목 속이 불편한 것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고 말한다. 목만 치료해주면 그만이지 뭘 꼬치꼬치 캐묻는 가고 대드는 분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음식을 삼킬 수 없어 여러달을 죽만 먹고 지내는 분도 있고, 암이 아닌가 번민하다가 잠도 못자고 가슴도 뛰고 신체가 쇠약해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정도가 되면『과연 암이었구나』하고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또 염증이라 생각하고 약국에서 항생제를 계속 복용하는 분도 있다.
목속의 이물감은 치료하지 않았을 때 꽤 오래 지속되는데 수개월 혹은 수년간 계속된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단 시일 안에 증세가 없어진다.
치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째가 약물치료인데 먼저 항불안과 물을 며칠간 사용해본다. 그래서 효과가 없으면 항 우 울 제를 사용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에서 감쪽같이 증상이 호전된다.
둘 째 방법은 정신치료다.
증상이 생기기전 어떤 어려움 들이 문제가 되었나하는 점을 자기 성격과 환경에서 찾아보고 그런 정신적 갈등이 목속의 이물감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깨닫게하는 정신치료적 작업을 통해서 증상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이런 증상을 약으로 치료했을 때 곧 없어지지만 살아가다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많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신치료로 원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나 이 방법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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