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찬호 '흔들리는 땅볼피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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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과거 전형적인 플라이볼투수였던 박찬호(만31세·텍사스 레인저스)는 올해 땅볼투수로 변신해 나타났다. 홈구장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땅볼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의 지론에 따라 체질을 바꾼 것. 땅볼투수는 플라이볼보다 땅볼타구를 많이 유도, 병살타를 많이 이끌어내며 장타를 적게 내준다. 지난 4경기에서 박찬호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무려 2.89에 달한다. 앞선 10경기에서의 1.45에 비하면 크게 향상됐다. 명실상부한 땅볼투수로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수치다. 또한 박찬호는 땅볼타구로 인한 6개의 병살타를 얻어냈으며, 홈런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4경기 피안타율은 .473(74타수35안타) 방어율은 11.49(15⅔이닝 20실점)에 달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땅볼비율이 낮아야 하는 것일까. 박찬호는 올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보스턴 레드삭스전(7이닝 2실점)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7이닝 무실점)에서 2.67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을 나타냈다. 따라서 '오히려 땅볼비율이 낮아야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가설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허샤이저 투수코치의 분석은 공이 떨어지는 각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실제로 최근 박찬호는 시즌 초반보다 팔이 많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떨어지는 구질들, 투심패스트볼, 슬러브, 체인지업의 낙폭이 작아졌다. 하지만 주목해야될 것 한가지는 결과상으로는 보스턴전과 휴스턴전보다 떨어지지만 내용상으로는 더 힘있는 피칭을 보였던 뉴욕 양키스전(6⅔이닝 1실점)과 LA 에인절스전 첫 경기(6⅔이닝 3실점)다. 그 2경기에서의 박찬호는 땅볼-플라이볼 비율 1.33으로 많은 땅볼을 유도하지 못했음에도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이유는 포심패스트볼과 슬로커브가 힘을 발휘하며 힘없는 플라이볼 타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땅볼 전략을 채택한 이상 선결과제는 땅볼피칭을 완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든 웹(애리조나)이나 데릭 로(LA 다저스)처럼 완전한 싱커볼러가 될 것이 아니라면 땅볼만 고집하지 않는 야누스적인 모습도 필요하다. 한가지보다는 두가지 무기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찬호와 허샤이저 코치의 도전이 첫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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