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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 잘살자는 웰빙 정신 우리 농산물 애용이 그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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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웰빙.슬로푸드 등 잘 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열풍이 현재 진행형이다. 건강식품.명상.요가.사찰체험.농가체험 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웰빙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 그중 잘 먹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잘 먹는 것이라면 건강에 좋고 안전한 식품을 편안하게 먹는 것이다. 그래서 친환경 식품과 고급 음식점들이 각광받고 있다. 안전한 식품이란 원료농산물이 농약 등에 오염되지 않고 제조과정에서 유해물질의 투입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 중에는 농약 안전성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이 많다. 수입 유기농산물에 대해서도 농약오염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최근 수입 농산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맹독성 농약이 마늘 재배에 사용되고 있다는 중국 잡지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들이 여러 신문에 실렸다.

최근 한농연 등 농민단체의 반발로 일부 대형 마트가 중국산 김치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중국산 배추와 마늘, 고추 등으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무늬만 한국산인 김치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4년도 통계에 따르면 고추의 경우 국내 소비량의 3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마늘도 1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과연 가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수입농산물은 어디에서 소비하겠는가? 당연히 우리가 찾는 가까운 식당, 외식업체, 대량 급식업체 등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조미료를 쓰는 가정이 드물며 고급 음식점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인공조미료의 사용이 줄어야 하겠으나 국내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웰빙을 추구한 것이 오히려 농약 오염 그것도 독극물인 맹독성 농약에 오염된 식품과, 건강에 해롭다는 인공조미료의 섭취를 늘리지는 않았는가?

수일 전 남미지역을 여행한 모 대학교수로부터 한국이 생산비가 많이 드는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었다. 넓고 비옥한 토지로 우리나라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고 농산물의 질도 좋은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값도 비싸고 일도 힘들고 어려운 농사를 지을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농산물 수확을 위해 농약 중에서도 잔류기간이 가장 길다는 제초제를 농산물 위에 직접 살포하고 수확 후에도 살균제.살충제를 수 차례 살포하는 수확 후 농약에 대해서는 모르는 말이다. 일본의 소비자단체인 '일본자손기금'(최근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으로 명칭을 변경)이 촬영한, 오렌지.바나나.밀 등에 엄청난 양의 농약이 뿌려지는 영상을 보았다면 그런 생각은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물론 우리 농산물도 농약 오염을 걱정하고 있지만 수입농산물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농업인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도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농촌사랑이고 우리의 고향을 지키는 일이다.

엄재남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