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박찬호 '해답은 높은 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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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박찬호(만31세·텍사스 레인저스)가 올시즌 최대 위기에 몰렸다. 앞선 3경기에서 1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27개의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박찬호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숙적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쏟아지는 안타 세례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근 4경기에서 박찬호의 피안타율은 무려 .473(74타수35안타)에 달한다. 때문에 시즌 피안타율은 지난 3년보다도 더 나쁜 .312로 치솟았고, 출루허용율(WHIP)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2번째로 나쁜 1.79가 됐다. 최근 박찬호를 상대하는 타자들을 보면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치고 있다. 이는 구위나 제구력을 떠나 코스가 너무 단조롭기 때문이다. 6⅔이닝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던 지난 4월2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포심패스트볼의 부활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쓰이 히데키와 호르헤 포사다를 얼어붙게 만든 투심패스트볼과 변화무쌍한 변화구 유인구였지만, 이는 간간이 높은 코스로 들어가 허를 찌르는 포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 첫 승을 따냈던 4월14일 에인절스전에서 박찬호 피칭의 백미는 6회 2사 2루에서 맞선 블라디미르 게레로와의 대결이었다. 박찬호는 볼카운트에서 1-3으로 몰렸으나 93마일(150km)짜리 몸쪽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한 후 바깥쪽 커브로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근의 박찬호는 높은 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4경기 35개의 안타 중 홈런을 하나도 맞지 않고 땅볼 타구와 병살타도 많이 이끌어내고 있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낮은 쪽 코스만 노리면 되는 손쉬운 투수가 됐다. 톰 글래빈(뉴욕 메츠)이 전성기 시절 대놓고 바깥쪽으로만 공을 던지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뛰어난 제구력 뿐만 아니라 허를 찌르는 몸쪽 패스트볼도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투수라도 주요 공략 코스의 반대쪽 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인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타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뒤흔들어야할 필요가 있는 박찬호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박찬호 27일 휴스턴전 앤디 페티트와 맞대결 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가 다음 등판에서는 LA 에인절스와 바톨로 콜론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3일(한국시간) 박찬호가 27일 미뉴트 메이드파크에서 벌어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당초 예정일에서 하루가 앞당겨 진 것. 현재의 5인 로테이션이 지켜질 경우 박찬호는 28일 홈구장 알링턴 아메리퀘스트 필드에서 LA 에인절스와 바톨로 콜론을 상대로 등판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텍사스 레인저스 벅 쇼월터 감독은 22일 경기가 끝난 뒤 왼손 투수 C.J 윌슨의 등판을 미룬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박찬호의 등판 일정도 바뀌게 됐다. 쇼월터 감독은 "휴스턴 홈구장인 미뉴트 메이드파크의 왼쪽 펜스가 홈플레이트에서 가까워 왼손 투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로테이션을 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뉴트 메이드파크의 왼쪽 파울폴은 홈플레이트에서 315피트(약96미터) 거리로 다른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짧은 편이며 오른손 타자가 당겨칠 경우 쉽게 장타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써 22일 등판에서 1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인 박찬호는 다음 등판에서는 에인절스와 콜론을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휴스턴은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뉴욕 메츠에 빼앗기고 올시즌 주포 제프 벡웰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는 등 공격력이 약화돼 있어 에인절스보다는 상대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박찬호는 지난 5월24일 홈구장에서 벌어진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텍사스 이적 후 처음으로 홈구장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한편 27일 박찬호와 선발 맞대결을 벌일 투수는 왼손 앤디 페티트(33)로 예고됐다. 페티트는 올시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4승7패에 그치고 있으나 방어율 3.47로 안정된 피칭을 하고 있다. 21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는 7이닝 동안 탈삼진 8개에 5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휴스턴 선발 투수들은 22일 현재 올 시즌 43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내는 것)로 메이저리그 최다를 기록하고 있으나 팀 성적은 30승39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6개팀 가운데 5위로 밀려나 있다. (알링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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