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사모님」…귀에 거슬려『재치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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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 제1TV가 매일 아침 8시15분에 방영하고 있는『재치선생』은 주부대상의 경제 프로그램으로 콩트 스타일의 목적 극이다.
어차피 제작의도가 뚜렷한 목적 극이므로 드라마로서의 예술성이나 완벽함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드라마 이전에 하나의 방송프로그램으로서 귀에 거슬리는 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극의 진행자이자 주인공인 하나엄마(황정아분)를 아랫방에 세 들어 사는 새댁이「사모님」이란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우리 나라 호칭 중에 인척관계가 아닌 웃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특히 궁색하고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말은 어쩐지 낮추어 부르는 것같이 여겨져 요즈음 항간에 널리 쓰이는 「사모님」이란 말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을 작가의 입장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하나 아버지가 새댁 신랑의 직장 상사라는 설정이니까 그런 대로 이유가 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모님」이란 호칭이 애초 스승의 부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고, 시장상인들이 장바구니 든 주부들에게나 부동산업자들이 복부인들에게 즐겨 쓰는 호칭으로 타락한지 오래고 보면 집주인이오, 남편 상사의 부인이라고 해서「네, 사모님」「왜요, 사모님」「말씀하세요, 사모님」하는 식으로 말마디마다 사모님을 남발하는 것은 시대착오 적이고 비속하게 느껴져 이 드라마의 목적에도 방영시간인 아침 분위기에도 걸맞지 않는 것 같다.
아내가 자기남편을「아빠」라고 부르는 것과 함께 격에 안 맞게 남발되는 「사모님」소리 역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호칭이라는 것을 제작자들은 알아주었으면 싶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면 다 같겠지만 TV가 어린이 생활리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한때 아침 방송에서 등교시간에 만화영화가 방영되어 학교에 무더기 지각하는 사태를 빚는 등 물의를 일으킨 것은 그 좋은 예.
지난번 개편으로 어린이프로가 밤7시대까지 연장되는 바람에 이제까지 어린이 시간은 저녁5시30분부터 7시까지란 오랜 습관이 깨어지자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모두 크고 작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어린이 시간만큼은 신성불가침을 주장하는 아이들 앞에 속수무책인 엄마들은 온 가족의 저녁식사시간인 밤7시에서 8시 사이에 설정된 만화영화나 어린이 외화가 하나도 반갑지 않은 것이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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