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씨|"청소년 선도업무 등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로우대제가 확대실시된지 10일이면 한달이 된다. 지난해의「노인복지법」제정과 오는 5월8일 공포예정인 「노인헌장」등으로 노인복지문제는 새삼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백만 우리 나라 노인들의 대표적인 대한노인회 이규동회장은 『노인들도 자조적인 노력으로 국가와 사회의 이같은 배려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다.
- 경로우대제가 확대실시되면서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차를 잘 세워주지 않는다. 안내양들이 불친절하다는 등 진정을 해오고 있습니다. 무료보다 반액이라도 돈을 내는 쪽이 낫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또 한편에선 민간업자들이 하는 시내버스만 무료로 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전철은 무료로 해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불평도 있읍니다만….
『그거 일일이 신경쓸 수 있나요. 공연히 말을 위한 말입니다. 이번에 시내버스를 무료로 한 것은 정말 큰 혜택입니다. 단돈 10원이 아쉬운 시골같은데선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십니까. 일부 불친절이야 꼭 노인들이 공짜손님이라고 그러는 것이겠습니까. 만일 있다면 계몽을 통해 고쳐가면 되지요. 왜 다른데 까지 안해 주느냐고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고…. 시골 가보세요. 노인들이 보사부장관이 발행한 경로우대증을 줄을 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보물처럼 간수합니다.
국가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 지난해 학구단위노인회조직을 끝낸 것으로 아는데 올해 어떤 사업들을 할 계획이신지….
『학구단위노인회조직은 그것이 노인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올해는 이 학구단위노인회를 중심으로 청소년선도 등 사회참여, 노인능력은행을 통한 생산참여로 하릴없이 노는 노인들이 할 일을 찾고 사는 보람을 느끼도록 이끌 생각입니다.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무엇인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우리 노인들이 스스로 역할을 찾아내야 해요. 지난해 전국학구단위노인지도자대의의 표어가「존경받는 노인, 일하는 노인, 어른다운 어른이 되자」였어요.』
- 구체적으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전국 7천3백63개 국민학교단위노인회가 청소년선도업무를 맡아 불량청소년을 교화한다든가 효자효부포상으로 경노효친사상을 앙양한다든가 거리질서, 자연보존 운동에 앞장선다든가 할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학구단위마다 노인정시설을 마련하도록 해 이를 노인들의 집회소·수양도장·공동작업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모여서 장기·바둑이나 두고 잡담이나 하는 장소가 아니라 생산적인 장소로 바꾸어갈 생각입니다.』
이같은 사업에 가장 어려운 점은 지도적 위치에 있는 노인들의 외면과 방관이라고 했다. 노인회가 제대로 구실을 하자면 정말 존경받고 능력 있는 지도급인사들이 노인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는 것. 이들을 참여시키는 노력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 오는 5월8일 노인헌장이 공포될 예정입니다만 우리 나라의 노인복지정책이 어떻게 추진되어야한다고 보십니까.
『노인문제는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전세계적인 관심사 아닙니까. 올 7월 유엔이 주관하는 세계노인회의가 열리는 것도 그같은 관심의 표현이겠지요. 그러나 나라마다 문화적 배경과 사회·경제적 여건이 다른 만큼 서구의제도가 그대로 우리의 모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복리모형을 창출해야하고 그 점에서 우리 전통의 경로효친사상을 앙양해 어디까지나 가정을 중심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하도록 원칙을 세워야한다고 봅니다. 』 지난해 노인복지법제정을 계기로 유료양로원 등 노인복지시설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지 자칫 노인을 가정에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최근 모친상을 당하셨다는데….
『가족끼리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간소하게 모셨습니다. 일체 밖에는 알리지 않았고 대통령내외(이순자 여사가 이회장의 장녀)는 영결식 전날 밤 다녀갔어요. 95세의 수를 누리셨으니 여한이 없다고도 하겠지만 부모를 여의는 심정은 애통한 것입니다.』
72세 노안에 잠시 추연한 빛이 스쳤다.

<대한노인회 회장>
▲1911년 경북성주출신 ▲1946 육사(2기)졸업 ▲1955 육군대학(7기)졸업 ▲1959 육군본부경리감(준장) ▲1960.6 예편 ▲1965 대한주정협회장 ▲경기도화성군오산에서 농장경영 ▲1981.3 대한노인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