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내놓고 "안 팔렸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한 명의 청약자라도 붙들려는 청약시장에서 신청자가 없기를 바라는 단지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 달 초 실시되는 서울 6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동대문구 제기2구역 재개발 단지다. 총 1330가구 가운데 25~42평형 4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이 단지는 이미 1997년 10월 조합원 몫을 제외한 744가구를 분양했고 2000년 7월 입주했다. 이번에 나오는 물량은 조합원이 추가로 나타날 것 등에 대비해 조합이 갖고 있던 물량이다. 조합 측은 "무한정 갖고 있을 수만은 없고 분양 물량이 20가구가 넘어 동시분양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의 속내는 미분양이다.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초기 복잡한 문제로 돈은 냈지만 조합원 자격이 되지 못해 분양받지 못한 사람 등에게 주기 위해 형식적인 동시분양 절차만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조합 측은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 분양가를 입주한 가구의 시세보다 일부러 높게 매겼다. 예정 분양가가 2억6000만~4억5000만원으로 시세보다 8000만~1억2000만원 비싸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되지 않고 남는 물량을 과거 비리 등으로 선의의 피해를 본 사람 등에게 임의분양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6차 동시분양에는 이 단지를 포함해 5개 단지(건립 7327가구)에서 565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표 참조>

이달 초 5차 동시분양 때 분양승인이 보류됐던 송파구 잠실 1단지가 나오고 강남구 영동차관은 조합원 간 평형 배정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빠진다. 28일 입주자 모집 공고가 발표되고 청약 접수는 다음달 4일부터다.

한편 5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강남구 도곡 3차 아이파크는 22일부터 사흘간 당첨자(54~68평형 23가구)계약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무기 연기됐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이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