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트남 백악관서 정상회담 30년 만에 동반자 관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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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트남전이 끝난 지 30년 만에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가 21일 워싱턴을 방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양국이 30년 만에 동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카이 총리는 "미국과 베트남 간에는 문화.역사적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이 차이를 줄이고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발굴 협력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의 WTO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액은 64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했다.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이다. 카이 총리는 "인구 8000만 명인 베트남은 미국의 신흥 시장으로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양국 국교 회복 10주년을 맞아 19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카이 총리는 보잉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방문했다.

카이 총리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방문해 양국의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미군 전함의 베트남 항구 정박▶미국의 베트남 장교 군사훈련 지원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선 베트남의 인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의 인권 신장과 종교자유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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