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때문에 약값 올라 손해봤다" 소송했지만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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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관행 때문에 약값이 올라 손해를 봤다"며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 오영준)는 23일 건강보험가입자 10명이 동아제약·대웅제약·JW중외제약 등 제약회사 3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해당 제약회사에서 제조·판매한 의약품을 처방 받아 구입·복용한 이들이다. 피고 제약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적발돼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이다.

재판부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유통체계와 불합리한 의료보험 약가제도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발생한다"며 "고시 상한가의 의약품 가격 형성, 보험재정의 부실, 사회적 비용의 증대 등 여러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리베이트 관행으로 최종 소비자들이 법률상 손해를 입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제공 목적이 특정 납품업체 제품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면 리베이트가 없었을 경우 다른 형태의 홍보 비용이 증가할 수 있었다"며 "원고 주장들과 같이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제공액 전부가 의약품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리베이트 행위와 원고들의 피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개별 구매한 의약품별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얼마나 가격이 올랐는지 밝혀져야 된다"며 "아무런 주장이나 입증 없이 막연히 피고들의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져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고 판단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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