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내가 기록 제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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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양준혁(삼성)이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다. 삼성-SK의 19일 대구경기 9회 말. 양준혁은 SK 세 번째 투수 김경태의 2구째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솔로홈런. 직전까지 3타석에서 1볼넷에 그쳤던 양준혁의 이날 첫 안타였다. 5일 기아전 이후 보름 만에 깨어난 홈런포는, 1993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그의 통산 1769번째 안타다. 최근 은퇴한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전 한화)의 통산 최다안타(1771개)까지 2개가 남았고, 3개를 더 치면 새 기록이다.

데뷔 첫해였던 93년 타율 0.341을 기록한 양준혁은 지난해까지 12년 중 2002년에만 2할대(0.276)였을 뿐, 그 외에는 빠짐없이 3할대였다. '굴러가도 3할은 친다'는 말을 듣는 그의 지난해까지 통산타율은 0.324. 5시즌 이상 뛴 타자들 중 최고다. 3할대 타자는 이종범(기아.0.316) 등 7명이 더 있지만, 모두 3할1푼대 이하다.

양준혁은 최다안타 외에도 타격 각 부문에서 장종훈의 최다기록에 근접해 있다. 최다 사사구는 장종훈과 9개 차다. 올 시즌 62경기에서 36개의 사사구를 얻은 추세라면 올스타 휴식기 전에도 갈아치울 수 있다. 20개 차인 득점과 44개 차인 타점은 올 시즌 내에 경신할 전망이다.

양준혁은 전인미답의 고지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9일까지 348개인 2루타는 이미 개인 최다기록이다. 장종훈도 331개였다. 앞으로 2개만 추가하면 사상 처음으로 2루타 350고지에 오른다. 또 장종훈의 최다안타를 넘어서면 프로야구 24년째 만에 처음으로 1800안타 고지를 바라보게 된다.

19년에 걸쳐 장종훈이 쌓아올린 기록들을 13년 만에 갈아치우는 양준혁이지만, 프로 입문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시즌 타율 0.241(212타수 51안타), 특히 6월 들어서는 타율이 0.222(45타수 10안타)까지 떨어졌다. 대기록 직전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 고비를 넘겨야 새로운 '기록의 사나이'가 탄생할 수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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