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적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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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범인의 신원이나 범행동기는 아직밝혀지지 않았다.
대낮 서울도심의 한은행에서 한괴한이 몸에 지니고있던 사제폭탄이터져 법인을 포함한 두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범행전날『내일 찾아갈테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협박전화가 걸려왔고 사제로 보이는 폭발물을 들고 은행장실에 나타난 점등으로 미루어 그가 거액의 현찰을 노렸던것은톨림없는 것같다.
한몫을 잡기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앉는다는 점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최근 10대의 떠돌이가 전투경찰의권총을 강탈했다가 검거된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흉기를 손에 넣어 은행을털든지 크게 한탕을 해서 잘 살아보려던것이 그의 범행동기였다.
몇달전에는 한중학생이 근무중인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으려다 잡힌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 그때 그중학생도 은행강도를 하기위해 권총을 손에 넣으려했다고 말했었다.
이 몇개의 사건에서 우리는 요즘 청소년들이 각종 강력사건을 저지르는 동기가 무모하고 맹목적임을 알게된다. 그들나름으로는 외국의 범죄영화에서보는 것처럼 한탕을하겠다고 머리를 쓰고 계획도 세웠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만한 것이 아니다.
은행에는 항상 거액의 돈이 있다. 이돈이 많은 범죄자들에게 은행을 털고 싶다는 단발적인 충동을 일으키게하는 것같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때문에 은행의 경비는 물샐틈없이 되어있어 섣부른 범죄자들이 일을 저지를수는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을 턴 강도사건은 꽤 일어났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대개는 은행안에서 인질이나 잡고 소란을 피우다 잡히거나 은행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해도 얼마안가 잡히곤했다.
일반적으로 각종범죄는 사회발전과말접하게 관련되어있다. 국민소득이 1천달러를 넘어설무렵 한나라의 범직는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일본만해도 국민소득이 l천2백30달러였던 68년에 살인사건만해도 2천건을 넘어섰고 각종강력사건이 1만1천5백여건에 이르렀다. 유명한 3억엔강탈사건을 비롯해서 은행강도사건이 가장 많았던 해도 68년이었다.
국민소득이 1천달러에서 2천달러에 이를 무렵이면 소득의 격차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대응이 있게마련이다. 다같이 못살 때는 순박하던 인심이 소득이 늘고 그소득에서 차이가 벌어질때 범죄충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많다는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하다.
서울의 도심을 진동시킨 이번 사건도 말하자면 사회발전의 흐름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소외감을 극복하려는 정곤병적 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폭발물이 터지기전 은행에 침입했던 범인은 『나는 잡혀봐야 죽을몸』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한사람의 깊은 좌절감이랄까 자포자기를 여기서 읽을수 있다.
따라서 각종범죄, 특히 일수간금의 허황한 생각에서 저질러지는 범죄를줄이는 길은 좌절에 빠진 사람, 자신이 소의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는 일이다.
확신을 잃고 정신적 혼난을 일으키는 아노미현상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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