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중의 여백 쓸모있게 가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상협 고려대총장
친애하는 3천여 졸업생 여러분.
나는 먼저 80년대의 개막을 전후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그리고 우리 대학에 대해 사정없이 몰아닥친 무서운 단절과 혼미, 침체와 위축에도 굴함이 없이 오직 인내와 의지로 각고면려끝에 졸업하는 여러분께 아낌없는 축하를 보냅니다.
지난 수년동안 학내외로부터 엄습해온 복잡미묘한 사태진전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자율을 잃은 타율의 굴레속에서 마땅히 우리들의 것이어야할 귀중한 시간과 공간, 청순한 의욕을 마음껏 활용할 수 없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과 공백은 차라리 먼앞날을 위하여 쓸모있는 가능의 여백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겠읍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국내외적 상황속에서, 언제 우리의 자유경제체제도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는 가운데 선진적인 발전단계로 도약할 수가 있을는지.
언제 우리 땅에도 참다운 법치주의와 상호존중, 공동합의에 기초한 선진적인 사회기반이 확립될 수 있을는지.
언제 우리 정치도 의회민주주의와 평화적 정권교체의 선진적인 선열에 따라 정치적 성숙의 경지에 이를는지, 그리고 언제 우리들에게도 시원스럽게 평화통일의 숙원이 달성되는 그날이 찾아올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년부력강한 졸업생 여러분은 조금도 실망하거나 서두를 것이 없읍니다.
이제부터는 장기구상과 장기계획으로 현재와 미래를 체계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이른바 「대경대도」를 통해서, 우리민족을「선진적인 정상상태」로 이끌기위한 참다운 선도자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1982년2월25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