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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GP 총기사고] 고된 훈련 없지만 3개월 고립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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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비무장지대에 있는 한 한국군 GP. 전방을 감시할 수 있도록 고지대에 주로 위치한다. 포격을 피하기 위해 건물 지하에 내무반과 식당 등이 있다. 동그라미 부분은 GP와 지하로 연결된 경계진지다.

철책에서 남북 군사분계선(MDL) 사이에 위치한 GP(Guard Post.소초)는 육지의 '절해고도'다. 직경 50~200m 공간이 전부다. 그 좁은 공간에서 30명 안팎의 군인들이 경계.휴식.식사.취침 등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번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GP의 직경은 50m에 불과하다.

GP의 밖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지뢰가 주인이다. GP 밖 세계는 한국전쟁 때 매설해 놓은 대전차 지뢰부터 1970~80년대 뿌려 놓은 발목 지뢰까지 온통 지뢰밭이다. 그래서 비무장지대(DMZ)에서는 발목이 3개밖에 없는 고라니를 흔히 볼 수 있다.

GP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3개월이 지나야 철책 밖으로 통하는 길을 밟을 수 있다. 그것도 90년대 들어 3개월로 단축됐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부터 80년대 말까지는 6개월 만에 교대가 이뤄졌다.

GP 근무기간 중 외출.외박은 꿈도 꾸지 못한다. 면회도 안 된다. 세상을 등지고 3개월 동안 북한군 진지만 응시한 채 살아가야 한다. 갓 결혼한 장교와 부사관 중 일부는 가정 파탄을 겪기도 한다. 반면 고된 훈련이 없어 GP 근무를 원하는 사병도 일부 있다.

폐쇄 공포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좁은 공간에 갇힌 스트레스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풀 공간도 없다. 옥상에 만든 간이 농구대와 족구장이 유일하다. 신세대의 대화통로인 인터넷은 구경조차 못 한다. 제한적으로 틀어놓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세상을 접할 뿐이다.

GP 근무 병사들은 죽음의 공포에도 직면하곤 한다. 남북 화해협력 물꼬가 터져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DMZ 내라는 근무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GP는 유사시 북한군의 1차 타깃이다. DMZ 내에 설치돼 자기방어를 위한 중무장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GP 근무 군인은 '민정경찰'이라고 부른다.

GP와 유사한 형태로 근무하는 부대는 해군 함정. 하지만 해군은 함정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3개월 동안 함정 생활을 하던 것을 80년대 이후 꾸준히 줄여나가 지금은 15일 간격으로 교대해 준다. 6분의 1로 줄었다.

GP를 운영하는 군대는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외국 군대와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미군의 경우 평시 특수지 근무를 1~2주 간격으로 교대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 및 전투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 GP 근무의 위험성에 비해 선발 및 운영관리가 허술하기 그지 없다. 훈련소에서 형식적으로 받는 인성검사(KMPP)와 신원조회, 관심사병 대상 여부가 선발 기준의 전부다. 신원조회를 제외하면 일반 부대와 다른 게 없다. 신원조회의 경우 연좌제 폐지 이전에는 부모의 전과 기록과 특이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폐지 이후에는 월북 가능성 등 용공성 여부만 조사한다.

GP 근무 부대에 배치된 병사들에 대한 정신건강관리 프로그램도 없다. GP에 투입하기 1~2주 전에 '투입 전 교육'을 실시하는 게 전부다. 투입 전 교육 때는 경계교육 및 정신교육을 하는 데 개별 면담을 하는 부대는 거의 없다.

개방적이고 즉흥적이며 독립적인 신세대들이 적응하기에 GP는 결코 쉽지 않은 곳이다. 90년대 중반 GP에 근무했던 육군 관계자는 "GP에 장기간 근무하다 보면 장교들도 한두 번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GP 근무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GP 무슨 일 하나
적 침투 감시가 주임무
포병 관측 장교도 배치

GP는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된 최전방 감시 초소다. 가깝게는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 설치된다. GP 내 장병들의 최우선 임무는 적의 전면적인 남침이나 은밀한 침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GP의 생활은 주.야간 경계근무가 거의 전부다. 주간에는 대공 경계진지 등 1~2개 경계진지에서, 야간에는 2인 1조로 3~4개의 경계진지에서 전방을 주시한다. 이 중 야간 경계근무는 일몰~자정의 '전반야'와 자정~일출의 '후반야' 근무로 나뉜다. GP에는 야간에 적 침투를 확인하기 쉽도록 열상관측장비(TOD) 등의 감시장비가 설치되기도 한다. 또 주요 GP에는 포병 관측장교를 배치, 적의 기갑.보병 병력이 대거 남하할 경우 남방한계선 남쪽에 배치된 포병부대에 사격 좌표를 알려준다.

GOP는 전방 사단의 바로 앞에 나가 있는 전초 부대로 일반적으로 대대급이다. 이 GOP가 최전방에 운영하는 소대급인 소초가 GP다. 또 GP는 필요에 따라 1~2명이 일정 시간 동안 근무하는 초소를 운영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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