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P 총기사고] 남는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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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합동조사 발표에도 미스터리는 남는다.

우선 왜 상병만 죽었나다. 사건 발생 당시 소초(GP)에는 병장 2명, 상병 14명, 일병 8명, 이병 2명 등이 취침 중이거나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사망자는 소초장인 김종명 중위를 제외한 7명이 상병이다. 모두 김 일병보다 선임병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김 일병은 평소 그가 미워하던 이모 상병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는데 잠자리 순서로 볼 때 이 상병 주변에 같은 상병들이 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일병이 이어 취사장에서 하복부를 쏜 뒤 확인사살까지 한 상대도 상병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소총으로 난사했던 병사는 부상만 입었는데 모두 일병이다. GP 건물을 나온 김 일병은 경계진지에서 또 다른 이모 상병을 만나 바로 사격했으나 이때는 탄환이 없어 살해하는 데 실패했다.

수류탄 폭발에 의한 부상병이 보이지 않는 것도 궁금하다. 이에 대해 폭약전문가는 수류탄이 터질 때 나오는 파편이 45도 각도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류탄이 폭발할 당시 내무반에는 모두 누워 자고 있었다. 따라서 수류탄 폭발에 의한 폭풍 및 파편이 직접 미치는 범위 안에 잠을 잤던 병사들은 사망하고 그보다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있었던 병력은 피해를 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작은 부상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정상적인 성격으로 볼 수 없는 김 일병이 외부와 고립되고 장전된 소총을 항상 휴대하는 전방 소초에 근무하게 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일선 부대에 배치되기 전에 하는 육군 표준인성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말했다.

전방 소초에 배치된 뒤에도 부대에 냉소적이어서 부소대장인 최모 하사가 불러 타이르자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관심병사에서 빠졌다. 관심병사로 분류되면 경계근무에서 제외되고 무기가 지급되지 않는다. 또 소초장이나 중대장이 수시로 다른 병사 등을 통해 상호 점검하는 것도 소홀했던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특히 육군 발표대로 언어 폭력만으로 이렇게 참혹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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