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과 수교 이뤄지면 대포동 등 폐기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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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이 된다면 미사일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7일 평양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한 개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미사일만 보유하고 노동.대포동 등 장거리 미사일과 대륙간 미사일은 모두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20일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국무회의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방북 보고 자리에서 추가 공개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미사일 폐기 언급은 대미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핵 폐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밝힌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동해선 철도의 남측 구간을 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기존의 동해선 우선 연결 방침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교류 절차 완화와 관련해 "혹시라도 금강산에 왔다 북측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족족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정동영.김정일 면담 이튿날인 18일 비료 15만t의 추가 지원을 적십자사 채널을 통해 요청해 온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하는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4일 방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지원 문제를 21일부터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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