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정일 면담 이후] 21일부터 남북장관급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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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이 정답을 가르쳐 주고 치르는 시험'.

한 전직 통일부 관계자가 21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비유한 말이다. 북한의 절대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교장)이 지난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 이미 회담의 주요 의제(정답)를 다 알려줬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번 회담은 여느 때보다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4~7일 개최된 14차 장관급 회담 이후의 1년 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남북 회담의 주요 이슈가 한꺼번에 복원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핵문제다. 김 위원장이 ▶북한은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핵문제 해결시 국제사찰 수용▶미국이 북한을 인정하면 7월에라도 6자회담 복귀 등의 발언을 한 상태다. 이 부분에 진전이 있을 경우 우리 정부의 '중대 제안'도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도 청신호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13, 14차 장관급 회담에서 줄곧 북한에 장성급 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군부를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군사회담만큼은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낙담한 14차 회담 남측 대표단이 짐을 싸고 있을 때 극적으로 수용 의사를 알려왔다. 그 결과 두 차례의 장성급 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이번엔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의 재개 요청을 받아들인 상태라 장관급 회담에는 일정 등을 조율하는 실무 협의만 남은 셈이다.

물론 비관론도 있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 이미지 등을 고려해 덕담을 많이 했지만 실제 회담에선 분위기가 영 딴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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