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제프리 존스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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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산업부 기자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인""우리나라 지도층도 좀 보고 배워라."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에게 네티즌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한 조찬 강연에서 두 아들의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국적인 존스 이사장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소유한 두 살과 네 살짜리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존스 이사장은 강연에서 "3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돈도 벌고 혜택도 받았는데 군대 문제 때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개정 국적법의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말까지 1000여 명의 한국인이 국적을 포기한 것과 존스 이사장의 '결단'을 극명하게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존스 이사장의 두 아들은 굳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나중에 군대에 갈지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병역법도 외관상 식별이 가능한 혼혈인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존스 이사장도 조찬 강연 이후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결정해야 될 문제니까 지금 포기하지 않은 것"이란 설명을 붙였다.

경제학자인 공병호 박사는 지난해 자신이 쓴 '10년후, 한국'이란 책에서 "한번 조국은 영원한 조국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30대 전후의 전문직들이 생물학적 조국을 버리고 삶의 질과 자녀 교육을 이유로 이민을 떠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란 주장을 폈다. 존스 이사장의 두 아들이 20년 뒤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과연 그들이 자랑스럽게 한국 군대를, 그리고 한국을 선택할 수 있을까. 아파트값이 너무 비싸서, 혹은 일자리가 없어서 한국을 떠나지 않을까. '제프리 존스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기성세대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서경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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