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축구 '브라질 징크스'에 16강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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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박주영(오른쪽)이 브라질에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에멘=연합]

▶ 광화문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붉은악마 응원단이 한국의 탈락이 확정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2005 세계청소년(20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8일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F조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헤나투와 하파엘 소비스에게 전.후반 한 골씩 빼앗겨 0-2로 졌다. 1승2패(승점 3.골득실 -2)인 한국은 브라질(2승1무), 나이지리아(1승1무1패)에 이어 조 3위가 됐으나 와일드카드(6개 조 3위 팀 중 상위 4개 팀)를 따내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서둘러 극복해야 할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매우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스코어도 그렇고, 경기 내용도 일방적으로 몰리지는 않았다. 세계의 벽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한국의 플레이는 지난 대회(2003년.아랍에미리트) 때보다 훨씬 향상됐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주 작지만 분명한 차이' 때문에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는 의견을 빠뜨리지 않았다. 선수들의 기본기, 코칭스태프의 전술, 상대팀에 대한 분석 능력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신문선 위원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 정밀한 패스 연결, 문전 돌발상황 대처 능력 등 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선수들도 이 점을 인정했다. 주전 공격수 김승용은 브라질전을 마친 뒤 "상대 템포에 말려 우리 경기를 하지 못했다. 개인기술과 볼 간수능력에서 큰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수비 위주의 작전과 미드필드를 배제하고 긴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려 한 전술이 세계 축구의 흐름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항서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수비 위주의 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김호곤 전 감독은 "수비가 공격의 시작인데 (긴 패스가) 자주 잘리는 바람에 연결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신문선 위원은 "롱패스 작전은 공감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의 상대팀 분석과 정보 수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박성화 감독은 "협회에서 준 자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첫 상대인 스위스의 유명 선수들을 미리 분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백지훈은 "비디오로만 봤을 때는 브라질이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붙어보니 힘든 상대였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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