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도 와서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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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포츠의 탈정치, 반드시 실현 되어야 할 이상이면서도 큰 행사때마다 정치가 개입되어 스포츠의 제전은 먹칠을 당하곤 한다. 올림픽에 이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프가니스탄 ??의 후유층 때문에 「반쪽 올림픽」으로 끝나는 불운을 당했다.
남북한은 그동안 올림픽 단일팀의 구성을 몇차례 논의했지만 북한의 일관된 고집으로 실현을 보지 못했다.
같은 분단국이라도 동서독은 56년 멜번, 60년 로마, 64년 동경 올림픽에 단일팀을 출전시키는데 성공하여 우리의 부러움을 산바있다.
그러나 솔직이 말해서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전후까지 우리는 경제력이나 사회적인 안정도에 있어서 단일팀 구성을 위한 대북 적극공세를 취할 형편은 아니었다.
88올림픽을 앞둔 지금은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l·22 통일헌법제의, 그 뒤를 이은 20개 실천사업제의 같은 것을 통해서 북한에 모든 대화와 접촉과 교류의 문호를 활짝 개방해 놓고 있다.
더우기 88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는 마당에 이 역사적인 행사를 한반도의 남쪽절반에 사는 우리만의 제전으로 삼아 북한의 동포들이 소외된다면 그것처럼 애석하고 가슴 아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정부가 88올림픽을 화합의 제전으로 삼고 북한동포들의 서울올림픽참관을 초청한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 그것은 언젠가는 실현될 남북교류의 넓고 튼튼한 기반의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한다.
그것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허공에다 대고 초청의 말을 띄우는게 아니라 남북스포츠회담을 열어 소련·중공선수단의 판문점경유 한국입국 등의 건설적인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제의까지 거부한다면 국제적인 스포츠무대에서도 스포츠를 정치도구화 한다는 비판을 다시금 한 몸에 받게될 것이다.,
우리는 꼭 단일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동서독이 세차례의 단일팀 끝에 막상 72년 뮌헨 올림픽부터는 다시 따로따로 출전하는 것을 보아도 분단국가의 단일팀 구성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이 적극 참여하는 것, 중공·소련을 포함한 공산국가들이 북한의 방해로 참여를 주저하거나 보이코트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 그리고 판문점을 분단의 상징에서 교류의 통로로 개방하자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실현가능한 남북간의 교류요 접촉의 실마리가 아닌가. 우리정부가 거듭 밝히고 있는대로 서울올림픽은 정치성이 배제된 대회로 운영되어야하고 북한 및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중공관계의 개선이 핑퐁외교로 시작된 전후를 북한당국에 일깨워 주고싶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서울 88올림픽의 개최지로 선정한 것은 한국사람들의 능력과 슬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역사적인 올림픽행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휴전선 이북에서 북한 홀로 토라져 앉아 정치선전의 욕설이나 퍼붓는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부끄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북한당국은 남북스포츠회담이 실현될 경우 그것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를 잘 음미하여 전통적인 반응을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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