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요통|침대생활 좋지 않다(6)|주정빈<주정빈 정형외과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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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작년 9월 신혼의 젊은 부부 한 쌍이 요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아왔다.
사정을 들어보니 결혼하고 1∼2개월은 별일이 없었으나 그후부터는 허리가 점차 아프기 시작해 4개월이 지난 후에는 직장 일이나 가사를 돌보는데도 장애를 느낄 정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요통에 관한 기본적인 진찰을 해봤지만 특별한 고장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혼 후부터, 그것도 2명 모두가 달라졌다는 것이 이상해서 남의 신혼생활이지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어 보았다.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었다. 결혼전과 달라진 잠자리다. 결혼 전에는 신랑신부 모두가 온돌방에서 보통 요를 깔고 잠을 잤었으나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침대생활로 바꾼 것이다.
침대는 스프링이 깔려있고 또 그 위에 놓는 매트리스가 두껍고 탄력이 있어 누우면 몸이 푹 빠져 들어가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나는 젊은 부부의 요통의 원인이 침대일 것으로 판단, 침대를 치우고 방바닥에서 자도록 말해주고 간단한 치료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1주일만에 이들 부부의 요통은 씻은 듯이 없어졌다.
요즘 우리네 생활양식이 편리를 내세워 서양식으로 변하는 것이 많다.
그렇지만 잠자리만큼은 우리 고유의 온돌방에 얄팍한 요나 한 장 깔고 자는 것이 서양식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싶다.
첫째, 침대는 바닥을 덥게 할 수 없어 좋지 않다. 잠자리의 바닥이 더워야함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노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요사이는 전기담요다 전기장판이다 하여 덥게 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 방의 바닥전체가 더운 것만은 못하다.
둘째, 온돌바닥에 누우면 신체 중에서 가벼운 발이나 머리부분은 물론 무거운 엉덩이 부분까지도 모두 수평으로 받쳐주고, 옆으로 누웠을 때도 슬쩍 힘만 주면 원하는 위치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폭신한 침대에서는 신체의 무거운 부분, 즉 엉덩이는 푹 빠져 들어가게 된다.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몸, 즉 척추는 항상 굽어있는 상태가 되고, 돌아누우려면 척추에 상당한 힘이 가해지는 운동을 해야만 가능해진다.
요즘 구미각국에서는 매트리스의 강도 때문에 이론이 많다. 미국에서도 요통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침대에서 자지 말고 바닥에서 자도록 처방하는 것을 하나의 원칙으로 삼고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나라 조상들은 온돌이라는 요통에 대한 예방시설을 만든 슬기를 가졌지만 오히려 후손들이 조상의 지혜를 외면하는 쪽으로 가고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아파트 건축이 늘고 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하기 시작한 후 10여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잠자리가 원인인 요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집의 구조상 서양식 침대사용이 불가피한 가정에서는 매트리스 위에 두꺼운 베니어판을 한 장 깔고 그 외에 얄팍한 요를 펴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요 위에 전기담요를 한장 더 깔아 바닥을 덥게 하는 편이 더욱 좋다. 그러나 요통문제에서는 역시 온돌방을 따라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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