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개가 우리 곁에 머무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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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개와 사람 사이
현금호 글·여동완 사진, 가각본
224쪽, 1만9000원

개만큼 사람과 가까운 동물도 없다. 북아메리카와 유럽 지역에서는 두 집에 한 집 꼴로 애완동물을 기르고 그 중의 반 이상이 개일 정도다. '개도 닷새가 되면 주인을 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서 늦은 귀갓길에 보면 가족은 잠들어도 개는 홀로 깨어나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가장 흔한 욕설에 개를 등장시키는 건 관습이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 죄없는 짐승에게 좀 미안하다. 복날이 다가오니 더 짠하다.

출판편집인 현금호씨와 사진작가 여동완씨는 커피를 주제로 한 공동작업 'Coffee'로 독자에게 낯익다. 이 황금 단짝이 이번에는 인간의 친구 개를 완전정복했다. 개와 대화하려는 노력도 없이"앉아! 일어서! 물어 와!"처럼 일방적이고 거친 길들이기가 아니면, 성대를 제거하고 털을 미는 인형 대용 장난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개와 한국인 사이를 찬찬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 넉넉하다. 우리와 삶을 함께 나누는 개를 잘 이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를 아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도 동물이기에.

동물과 소통하는 체계적 공부꾼인'애니멀 커뮤니케이터'현금호씨의 글, 세계 각지를 돌며 각양각색 개의 일생을 찍은 여동완씨의 사진이 찰떡궁합이다. "개가 우리와 머무는 으뜸 이유는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가르치기 위함"이라는 지은이의 메시지가 개와 사람 사이를 울린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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