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까지 한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체성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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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KBS엔 과거 지상파 독점 시절의 낡은 관행과 의식, 인력과 조직의 비효율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런 구조로는 현재의 도전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KBS 구조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마련해 전 사원의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KBS 경영진 일동)

"대토론회 제안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졸속으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우린 KBS 위기를 단순히 재정위기가 아니라 공영성의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경영진보다 훨씬 엄혹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책임을 더 엄중히 묻고자 하는 것이다."(KBS 노조)

3월 노조 회의 불법 녹음 사건을 계기로 극한 대결까지 갔던 KBS 노사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 1일 발표한 경영혁신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해 온 노조가 "경영진 퇴진 운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노조는 15일 '경영진 퇴진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 동수의 특위 구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결의문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정 사장은 수신료 인상과 임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경영 개선안을 밝혔다.

일부에선 노조가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노조는 KBS의 위기에 대해 반드시 강도높은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 이후 노조도 고통 분담을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진이 20% 임금삭감을 포함한 어떤 조치도 감내할 준비가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책임의 소재와 강도를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KBS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638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국민의 돈을 잘못 쓴 데 대해 경영책임을 안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책임을 물은 뒤 조합원들도 고통을 나누겠다는 것인데 일부에서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정 사장이 수신료 인상과 중간.간접광고 허용을 동시에 얘기한 것은 그야말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경영위기뿐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바로 서는 길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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