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도요타식 분쟁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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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산업부 기자

며칠 전 취재차 일본 도쿄의 도요타 본사를 방문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일본의 시민단체인 전국공해피해자위원회 회원 200여 명이 회사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하청업체 쥐어짜기를 시정하라" "수년간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도 기본급을 올리지 않은 것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 등의 요구와 주장을 폈다.

도요타의 전직 종업원이라고 밝힌 한 시위참가자는 "도요타가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도 1, 2등을 다투는 기업이 됐는데도 경영은 구태를 벗지 못해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도요타를 대표하는 '도요타생산방식(TPS)'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낭비를 줄이기 위해 문제점을 끊임없이 찾아 해결하는 '도요타식 가이젠(改善)'은 결국 노동착취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도요타 측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비판은 애정의 표시이며, 어찌 보면 기업이 커지면서 당연히 겪어야 할 일들이라는 것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는 것 외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2000년부터 해마다 영업이익의 1%(약 1500억원)를 사회공헌 기금으로 쓰고 있다. 또 노조가 요구하는 각종 경영 자료를 공개해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코리아는 렉서스 승용차의 딜러 회사였던 SK네트웍스에 30억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2003년 SK 계열사 분식회계 사건이 불거지자 이를 문제삼아 딜러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던 것을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도요타 경영원칙인 겐지(現地:현지화 경영)에 위배됐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각계각층으로부터 이런저런 비판과 요구를 많이 받고 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공헌에 힘쓴다"는 도요타식 해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고 본다. 도요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지침을 해외 180개 사업장에 전달했다.

김태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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