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행담도 개발사업 감사 결과 발표] "국정원 사업 돕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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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1990년대 동남아 일대에서 국가정보원의 사업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또 오모 전 안기부 차장의 양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6일 본지 기자와 만나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랑스계 레저업체에 근무할 당시 국정원과 연결돼 그쪽의 관련 사업을 도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시 삼합회(중국을 거점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와 총격전을 벌이는 등 심각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합회는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해외공작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캄보디아에서 활동했던 싱가포르 기업 관계자는 "김 사장은 프놈펜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던 적군파 본진을 급습해 소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량의 마약 밀매현장을 적발해 컨테이너 한 대 분량의 마약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캘빈 유 대사는 최근 외교부에 보낸 서신에서 "김재복은 특별한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 서신은 행담도개발 사업과 관련, 유 대사가 정부와 도공에 서신을 보낸 경위를 묻는 감사원의 요청에 대한 답신이었다.

김 사장은 동남아에서의 활동 때문에 범죄조직으로부터 쫓겨 태국과 대만.인도네시아 등으로 피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약 거래를 저지한 점을 인정한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미국 국적 취득을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사실이 최근 국내 일각에 알려지자 해외에 거주 중인 가족들을 신변안전을 위해 다른 나라로 피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또 당시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던 싱가포르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싱가포르 정부와 경제정보 등을 교환하고 캄보디아 고위층과 싱가포르 기업인을 연결시켜 주는 등 사실상 싱가포르 국가 차원의 경제부문 컨설턴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가 ECON과 도로공사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김 사장을 ECON에 소개해 김 사장이 행담도개발㈜의 감사로 부임했다는 것이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오모 전 안기부 차장이 90년대 중반 김 사장을 양아들로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오 전 차장과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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