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 정부 '지역균형 발전' 경제 논리론 이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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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지역균형 발전'은 경제 논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나카무라 도미야스(中村富安.51.사진)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센터 소장이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15일 서울 서린동 JETRO 사무실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나카무라 소장은 특히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정책에 대해 "기업들에 시골에 공장을 지으라고 떠밀고 있는데 누가 거기 가서 일을 하겠나"고 반문했다. 지난달 개정된 법령은 외국기업에 한해 LCD.자동차 부품 등 첨단 25개 업종에만 2007년까지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경기도 등 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려는 것은 인근에 있는 삼성이나 LG에 부품을 공급하려는 것"이라며 "3년 뒤부터 삼성 등 주요 기업 옆에 공장을 짓거나 늘릴 수 없다면 일본 등 외국 기업의 투자가 크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이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것은 당장은 무리"라며 "KOTRA 산하의 투자유치 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가 실적 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나카무라 소장과의 일문일답.

-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문제는.

"외국 기업에 수도권을 벗어나 공장을 지으라면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지역은 지역에 맞는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지방이 공장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인베스트 코리아가 실적에만 얽매인다는 게 무슨 뜻이냐.

"인베스트 코리아는 한국에 오려는 외국의 중소기업을 홀대한다. 일본 중소업체가 그런 대접을 받았다. 한국의 부품소재 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리려면 일본 중소업체들이 한국에 많이 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 금융 허브를 꿈꾸고 있다.

"당장은 무리다. 북핵 문제 등으로 대규모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물류 허브는 가능하리라 본다. 부산항과 인천공항 등의 인프라가 훌륭해 성공 가능성이 크다. 경쟁 상대는 지금 외항을 짓고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다."

-한.일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한국의 일부 학자는 일본과는 FTA 협상을 그만두고 차라리 중국과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그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약을 제대로 안 지키는 등 아직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일본도 주춤거리고 있다. 반일(反日)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실리를 따져보라. 두 나라 경제 협력이 체면 때문에 지지부진하면 두 나라 모두에 마이너스다."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어떤가.

"치안이 세계 최고수준이고 영어 의사소통도 일본보다 훨씬 낫다. 다만 하루 숙박비 100달러 수준의 '비즈니스 호텔'이 없는 게 흠이다."

글= 권혁주.이승녕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 JETRO와 나카무라 소장은=JETRO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돕는, 한국의 KOTRA 같은 조직이다. 나카무라 소장은 1977년 JETRO에 입사해 2002년 1월부터 서울센터 소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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