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옥득진, 맹수처럼 덤벼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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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4보(49~64)
● . 원성진 6단 ○.옥득진 2단

흑▲로 앞길을 가로막자 백△의 최강수로 덤벼든다.

원성진 6단의 장고가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 것이 왔으니 싸워야 한다. 그러나 안개 자욱한 이제부터의 앞 길엔 함정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49는 뻔한 수였지만 11분이 걸렸다. 50으로 끊자 51에서 또 6분. 원성진은 한없이 느린 속도로 한수 한수 기합을 넣고 있다. 옥득진 2단은 이미 작정한 듯 거의 망설임이 없다. 52로 쭉 뻗자 이 한 수가 은은하게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54는 엷다. 당장 수는 없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옥득진은 A의 안전책 대신 한발 더 나아갔다. 기세가 은근하면서도 강렬하다. 불안할 텐데 의외로 강심장이다. 바둑은 서서히 승부처의 분위기를 띠기 시작한다.

원성진도 승부처임을 직감한 듯 더욱 무섭게 집중하고 있다. 55로 한 칸 뛴 수는 무려 49분의 장고를 거쳤다. 그런데 이번에도 노타임으로 가볍게 던진 57이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57은 '참고도'흑1이나 B로 두어 어떻든 연결을 확실히 해둬야 했다. 우변 흑대마는 C로 차단당해도 그때 D로 움직이면 탄력이 풍부해 공격당할 염려가 없다.

58이 급소. 맹수의 이빨처럼 번득이는 이 한 수로 백은 어지럽던 싸움의 주도권을 잡았다. 일찍이 던져둔 백◎의 한점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원성진은 59로 힘껏 버텼으나 62, 64로 마구 밀고나오자 판 위에선 뭔가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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