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풍수지리설로 보는 '좋은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 풍수가가 집터를 고를 때 사용하던 나침반 ‘패철’.

'전망=돈'이란 등식은 사실 예로부터 우리와 친숙하다. 어느 곳에 터를 잡느냐에 따라 사람의 길흉화복이 갈린다고 믿는 풍수지리설.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이 '학설'에서도 전망은 명당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집터든 묏자리든 '명당'이라고 하면 가격은 치솟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좋은 전망이란 뭘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탁 트인 전망을 좋은 것으로 친다. 시원한 전망을 좋아하기는 불문가지인 모양. 다만 풍수지리설에서는 가리는 것 하나 없이 무조건 뻥 뚫린 전망보다는 구석에 안산(案山)이 하나쯤 있어야 더 좋은 것으로 친다. '안'은 '앉은뱅이 책상'이란 뜻의 한자. 따라서 안산은 아주 야트막한 산을 말한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런 산은 좋은 기운들이 흘러가 버리는 것을 막아 복(福)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 풍수지리설에서는 물이 보이는 전망을 재물을 부른다고 해 높게 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물'은 우리가 마시고 씻는 데 쓰는 액체만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 여기서 물은 자신이 있는 곳보다 낮은 곳의 통칭이다. 따라서 아래를 굽어보는 곳은 부(富)가 따르는 터로 분류된다. 또 산이 보이는 곳에 집을 짓거나, 조상의 묘를 쓰면 명예가 따른다고 본다. 주의할 점은 산을 보겠다고 비탈에 자리 잡으면 안 된다는 것. 이로운 기운들이 고일 틈도 없이 미끄러져 사라진단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서울에서 좋은 전망을 지닌 동네로는 (용산구)한남동과 (성북구)성북동을 들 수 있다"고 임수현 한국풍수지리연구소장은 말한다. "물(한강)이 보이는 동네들 중에서도 한남동은 굽이치는 물줄기의 안쪽에 있어 차분하게 기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성북동은 산과 물(산 아래)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 그는 "이들 동네 외에도 서울에는 아직 좋은 전망을 지닌 '생지(生地.개발되지 않는 명당)'가 많지만, 구설에 오를까봐 차마 공개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것이 소문난 명당이든, 감춰진 명당이든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긴 마찬가지. 그래서 임 소장도 "객관적으로 100점짜리 전망은 없다.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전망에 마음이 푸근해진다면, 그곳이 그 사람에게는 명당"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