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수로 산성 '속'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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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pH는 7.4로 약알칼리성이다. 우리 몸은 항상 이를 유지하려 한다. pH가 0.1만 변해도 몸에 이상이 온다. 0.3이 오르내리면 의식을 잃거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고 한다.

식품에는 산성식품과 알칼리식품이 있다. 산성식품은 황.인.염소 등 비금속원소를 금속원소보다 많이 함유한 식품이다. 알칼리식품은 나트륨.칼륨.마그네슘.칼슘 등 금속원소를 비금속원소보다 많이 함유한 식품을 일컫는다.

우리는 대개 산성식품을 많이 먹는 편이다. 백미.현미.보리.밀가루.옥수수.참치.오징어.문어.도미.대합.굴.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치즈.버터 등이다.

그래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알칼리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마.미역.표고버섯.콩.팥.상추.당근.오이.가지.양파.바나나.딸기.수박.사과.감.귤.김치 등이다. 채소.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과일.야채 대신 물만 마셔도 돼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온수기 생산업자들이다. 이온수기는 물을 전기분해해 간단히 알칼리수와 산성수를 생성한다. 알칼리수를 만들어 마시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어 좋고, 산성수는 세척에 사용하면 좋다고 업계는 소개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온수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해 왔다. 정수기 시대가 가고 이온수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해 왔다. 정수기의 가정보급률이 43%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그 대체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본 것이다. 만도.일동제약 등 대기업이 최근 이온수기 시장에 새로 뛰어든 것도 이런 시장 전망 때문이다.

"우리는 시냇물.샘물을 먹다 수돗물을 마셨다. 수돗물의 오염이 문제되자 생수를 마셨고 다투어 정수기를 구입했다. 더 좋은 물을 마시고자 하는 우리들의 욕망은 그치지 않고 있다. 알칼리 이온수가 정수기 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온수기 메이커 바이온텍 조규대 사장의 말이다.

이온수기 메이커들은 그러나 요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매출이 30% 이하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의 보도 영향이다. 지난 3월말. 한 TV방송국은 프라임 타임 뉴스 시간에 먹는 물 시리즈의 하나로 '기능성 물 믿을 수 있나'편을 방송했다. 이 방송은 "알칼리수가 몸에 좋다는 설명도 가설에 불과할 뿐 학계에서 인정된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알칼리 수는 위궤양 등을 일으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온수기 메이커와 방송국에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이온수기 매출이 뚝 떨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이 방송국은 알칼리수를 격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했던 터다. 물을 '자연이 준 보약'으로 규정하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토피.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알칼리 이온수'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알칼리 이온수로 아토피 치료를 하는 일본의 전문 병원을 찾아가 치료현장을 촬영해 보여주기도 했다.

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터무니없는 보도라며 반박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에도 나설 채비다. 업계는 일본의 예를 들며 이 보도의 부당성을 든다. 공교롭게도 이와 유사한 일이 9년 전 일본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경이의 물'. 1996년 9월, 일본의 한 TV는 프라임 타임 뉴스 시간에 알칼리 이온수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 후 매스컴은 이온수가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알칼리 이온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온수기도 잘 팔려나갔다.

그해 12월. 일본의 소비자 단체 '국민생활센터'는 알칼리 이온수기에 대한 상품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내용이었다. 매스컴이 이를 보도하자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이온수기 메이커와 관련 정부기관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듬해 3월26일 일본 참의원 후생위원회는 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후생성은 알칼리이온정수기협의회에 알칼리 이온수의 품질.유효성.안전성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토대학 의학부 이토가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알칼리이온정수기 검토위원회가 발족됐다. 위원회는 알칼리 이온수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1년 뒤인 1994년 이 위원회는 알칼리 이온수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했다. 1997년에는 알칼리 이온수의 위장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했다. 국민생활센터의 테스트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후 알칼리 이온수기 수요가 더욱 급속히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알칼리 이온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재단법인 기능수연구지능재단(www.fwf.or.jp)은 농림성.후생성의 후원 아래 1994년부터 매년 기능수 심포지엄을 하고 있다. 매년 20~30여건의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일본 의학회도 1999년 25회 총회에서 '알칼리 이온수의 기초와 유효이용'에 대해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는 질병치료에 전해이온수를 이용하는 병원이 많다.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나선 까닭에 선발업체를 중심으로 이온수기 판매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기는 하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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