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자·기자 동행 취재 부산발 교육 혁명] 下. 부산발 교육혁명, 전국 확산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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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곤 한양대 교수

부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실수업 공개' '무학년제 수준별 수업' '학생 중심의 교육체제' 등 여러 가지 혁신적인 방안들은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소중한 새싹들이다.

이 싹들이 잘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교사.학부모.시민단체 인사들을 격려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또한 앞으로도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제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두어야 한다. 사람을 길러내는 데에는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과학적 발명품을 창조해 내는 일 못지않게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산의 교육혁명이 이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른 시.도 교육청을 독려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무학년제 수준별 수업' 등은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도 시행해 볼 만한 좋은 방안이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무학년제를 시행해 왔지만, 무학년제는 미국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중학교 무시험제도와 고등학교 평준화제도로 인해 한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학업과 지적능력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어느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고,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수준별 수업'을 강조해 왔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수준별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산에서 실천하고 있는 '무학년제'는 학년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지적 수준과 학업능력에 따라 수업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는 '학교와 사회의 연계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학교의 높은 담장을 허물어 내고, 굳게 닫힌 교실 문을 활짝 열어 선생님과 학부모, 시민운동가,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우리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담장이 높을수록, 교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을수록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쓸모없는 아이들로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식.정보화 사회는 과거의 농경사회와 달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각광받던 것들이 어느새 아무런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자라고 있는 교육혁명의 새싹들을 잘 가꾸고 키워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면, 부산뿐 아니라 온 나라의 교육이 바로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학부모.시민단체.종교단체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교육은 교육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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