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팬들 사랑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신화(神話)에서 역사(歷史)로.

프로야구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37.한화)이 20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접었다. 4월 20일 1군 등록이 말소된 뒤 줄곧 2군에서 머물던 장종훈은 10일 김인식 한화 감독에게 은퇴의사를 내비쳤고, 한화 구단이 15일 그의 은퇴를 공식발표했다.

1986년 세광고를 졸업한 장종훈은 프로와 대학에서 외면당하고 입단테스트를 통해 연습생 신분으로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했다. 그리고 이듬해 배성서 당시 빙그레 감독에게 발탁돼 1군에 데뷔하며 '연습생 성공신화'의 첫 장을 썼다.

데뷔 2년 만인 88년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장종훈은 90년 홈런왕(28개).타점왕(91점)을 석권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90년에 이어 91, 92년까지 홈런왕과 타점왕을 3연패한 장종훈은 한국의 대표 장타자로 자리매김했다. 91, 92년 2년 연속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장종훈은 골든글러브도 다섯 차례(88, 90, 91, 92, 95년) 수상했다.

'연습생 신화'말고 장종훈에 대한 수식어가 또 있다. '기록의 사나이'다. 올 시즌 출장했던 여섯 경기를 합쳐 장종훈은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인 1949경기에 출장했고, 6290타수 1771안타(타율 0.282)를 기록했다. 타수와 안타는 물론이고, 홈런(340개).타점(1145점).득점(1043점) 등이 모두 통산 최다기록이다.

장종훈은 2000년대 들어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01년까지 2할 후반 이상을 유지했던 타율이 2002년에는 2할 중반 아래로 떨어졌다. 출전 경기 수도 점차 줄었다. 올해 일본 나가사키 스프링캠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했다. 올 시즌에는 주로 대타로 여섯 경기에 출전, 9타수 1안타(홈런 1개)만을 남긴 채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올 시즌 남은 기간 2군에서 타격 보조코치로 활동하게 될 장종훈은 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한화 구단은 조만간 장종훈의 은퇴경기를 열기로 했다. 장종훈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가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팬 앞에 서고자 한다. 아쉬운 이 시점이 최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선수 장종훈이 아닌 지도자 장종훈으로 여러분 앞에 서겠다"며 "팬들이 보내준 과분한 사랑에 감사한다. 변하지 않는 장종훈이 되겠다"고 전했다.

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