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전에 말려 우는 전윤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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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카우트 싸움에 말려 서강대와 성균관대에 2중 합격으로 입학취소의 위기에 놓여있는 국가대표 배구선수 전윤호(19·192㎝·경북 체고 3년)는 6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실시된 대표선수 합숙훈련에 참가하면서 서강대에 입학하겠다고 밝혔다..
전은 『1년을 쉬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원했던 서강대에 진학하겠다』고 5일 선언했다.
잠시 대구에 다녀온 후 5일 서강대에서 기자와 만난 전 선수는 자신의 성균관대 입학원서접수나 실기테스트·면접시험 응시 등은 일부 성대 배구선배 등의 강요에 의해 자기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처리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제가 대학입학원서에 도장을 찍은 적이 없고 원서제출도 반드시 본인이라야 되는데 제가 제출하지 않았읍니다. 실기테스트와 면접시험도 선배들의 강요 속에 치를 수밖에 없었읍니다』라고 말하고 『앞으로 저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의 올해 서강대입학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출신교장의 추천서가 없는 데다 뒤늦은 면접 등으로 전 선수 합격발표자체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대로 진학이 확정된 국내 최장신 국가대표 이종경(20·경북사대부고·199㎝)에 이어 올해 남고졸업배구선수 랭킹 2위로 평가되고 있는 전 선수는 지난달 7일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 고향으로 내려가는 야간열차에서 성균관대 측에 의해 납치되는 소동을 빚었다.
『성대 배구선배들에 끌려 다니며 경주·포항·강릉·용평 등을 전전했읍니다. 입학원서를 쓰려고 학교(경북 체고)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몸져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도 못하도록 엄한 감시를 받아왔읍니다. 한번은 도망치려다 선배들에게 붙들리기도 했고요.』
전군은 대학입학시험 면접일인 22일 성균관대에 나타나기 전까지의 사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성균관대에서 면접시험을 치른 후 자유의 몸이 된 전 선수는 23일 대구에 내려가자마자 하루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서강대에 입학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측에서는 『학교장동의서·입학원서 등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갖추었다. 전선수의 성균관대 진학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문교부는 4일 이미 서강대에 나가 전선수의 스카우트관계와 합격발표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전 선수는 『제 꿈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읍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의를 일으키고 대표팀 강화훈련에 들어가니 괴롭고 대표선수가 된 기쁨도 없읍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체고의 손건호 교장(60)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성균관대에만 입학원서를 제출했으며 서강대는 부모의 의사에 따라 접수되었을 뿐』이라고 밝히고 『학교장 동의서가 없이 제출된 입학원서로 합격시킨 서강대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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