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통영함과 소해함의 불량 음파탐지기(소나)가 탑재된 것은 방위사업청 입찰과정에 해군 대령·중령과 업체 사이 검은 유착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업팀장은 필수 평가항목에 자료를 내지 않았는 데도 '100% 충족'이라고 평가했다. 사업팀 선임장교는 요구성능에 맞는 장비를 갖고 있지도 않은 업체를 참여시키려 제안서를 무단 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미국의 하켄코사는 해군의 차세대 수상구조함인 통영함과 기뢰 탐색·제거함인 소해함 3척에 1970년대 건조된 평택함과 유사한 성능의 불량 소나 4대를 670여억원에 독점 납품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오모(57·전 해군 대령) 전 방위사업청 통합사업관리팀장과 사업팀 선임 장교이던 최모(46) 전 해군 중령을 각각 허위공문서작성, 공문서변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중 최 전 중령은 하켄코사 임원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 11월 대당 41억원인 통영함 선체고정음탐기(HMS) 기종결정 평가 당시 미국 하켄코(Hackenco)사는 필수조건 및 선택조건 3개 항목에 대한 요구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대상장비에서 탈락할 상황이었다. 이에 사업팀장인 오 전 대령이 부하 장교를 시켜 하켄코사 장비가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한 것처럼 "필수·선택조건 100% 충족"이라고 꾸며 납품업체로 선정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배모 사업관리본부장은 평가결과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모른 채 최종 결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중령은 2010년 5월 새로 건조하는 소해함 세 척에 탑재할 630억원대 가변심도음탐기(VDS) 구매사업을 담당했다. 가변심도음탐기는 예인체(크레인)에 소나를 연결해 해저로 내린 뒤 수중 기뢰를 탐지하는 소해함의 핵심 장비다. 방위사업체는 당초 입찰과정에서 '멀티빔(Multi Beam)' 소나 공급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결정했다. 그러자 최 전 중령은 '싱글빔(Single Beam)'소나를 취급하는 하켄코사를 입찰에 참여시키려고 송신출력·빔폭·탐색·식별능력 등의 핵심 성능을 빼고 부수적 성능만 넣는 방식으로 구매제안요청서를 무단 변조했다.
그는 그대로 입찰을 진행할 경우 많은 업체가 참여하게 돼 하켄코사가 최종 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하켄코사 소나 성능에 맞춰 제안서를 재차 변조했다. 당시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 직무대리를 현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지만 황 총장은 최 전 중령이 제안서를 무단 변조한 사실을 모른 채 최종 결재를 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 전 중령에게 수억 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로 하켄코사의 한국 지사 임원 김모(39)씨를 구속했다. 또 통영함 탑재된 좌초 선박 예인용 유압권양기 납품업체인 W사 김모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검찰은 방위사업청과 납품업체간 유착비리에 또 다른 해군 예비역, 군피아(군대+마피아)가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