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POP UP] 널린 게 여관? 영화판에선 그림의 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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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화 '연애의 목적'에는 여관이 자주 등장한다. '작업남' 교사 유림(박해일)은 교생 홍(강혜정)에게 "여기 좋은 모텔 많은데""요즘 마일리지 카드도 있던데. 열 번 가면 한 번 공짜" 등의 수작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나 실제 여관이 나오는 건 마지막 장면 단 한 차례.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아 대부분 세트로 처리했다. 서울 피맛골에서 찍은 여관골목도 사실 눈속임. 일반 음식점 간판을 여관으로 바꿔치기했다. 투숙객에게 불편을 주는 영화 촬영을 숙박업자들이 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림과 홍이 '아테네 여관'을 나오는 피날레 한 장면만 전주에서 찍었다. 서울에선 해당 여관을 물색하지 못해 전주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보너스 하나. 여관 앞에 쌓인 새하얀 눈은 소금이다. 7t 분량의 소금을 깔았다. "여관 앞에 소금을 뿌려봐요. 서울에선 불가능하죠." 마케팅 담당 유순미씨의 말이다.

여관에 설치된 '몰카'를 찾아나선 '연애술사'도 모텔 섭외가 가장 어려웠다. 제작팀은 전국 모텔촌 지도까지 만들었다는 후문. 첨단 무인 시스템에 30여개의 알록달록한 객실을 완비한 대구 인근의 대형 모텔이 '구세주'였다. 날로 '솔직해지는' 한국 영화, 여관도 톱스타만큼 섭외하기 어려운 시대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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