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심 실세 30인 분석해 보니] 김정일 집권 후 실세 30명 중 26명 새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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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이 비공개리에 만든 북한 당.정.군 실세 30명 리스트는 평양의 권력지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정일 정권 출범 이후 꾸준히 물갈이를 해 온 권력 핵심부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이 명단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 달라진 북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당국대화 재개와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북한 권력체제에 대한 우리 정부당국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현재의 북한 권력체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가 가시화될 시점까지는 현재의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일성대.함경도 출신이 최대 파벌=실세 30명(4명은 학력 미상)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경제학부를 나오는 등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이 13명을 차지했다.

또 체코 프라하공대를 나온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과 동독 라이프치히 화학공대를 나온 최태복 당비서를 비롯, 해외유학파가 8명이다.

출생지역이 파악되지 않은 5명을 제외한 25명 중 함경도 출신이 9명인 것으로 나타나 지역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김일철 인민무력부장(함남 단천)등 군부 9명 중 함경도 출신이 4명 포진해 군부에 이들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부 문건은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40대와 50대가 각 한 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60대 이상의 고령인 점도 이채롭다. 평균연령은 71세로 파악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군부 핵심층의 동향을 감시하고 군부 쿠데타를 막는 역할을 하는 군 보위사령관을 2003년 7월에 교체했다.

또 주민통제기구인 인민보안성(경찰) 책임자도 지난해 7월 4군단장 출신 현역 장성인 주장성으로 바꿨다.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의 부장을 1987년 이후 공석으로 두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3대 사찰기구의 책임자를 모두 바꾼 셈이다. 체제통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30명의 핵심 리스트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숨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그룹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 중구역 집무실의 비서실 격인 서기실에 근무하는 측근들과 두터운 신뢰를 받는 군부세력인 '최고사령부 지휘성원'들이 꼽힌다.

◆ 당.정.군에 세대교체 바람=김일성 시대에 임명된 뒤 김정일 정권에 와서도 자리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사람은 노동당 비서인 김국태.김중린과 오극렬 당 작전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4명뿐이다. 김 위원장이 세대교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얘기다.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12년간 맡아온 연형묵의 교체가 확인되는 등 최근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98년 김정일 정권의 내각이 출범한 이후 6년이 넘는 기간 중 백남순 외무상 등 10명을 제외하곤 부총리 등 25개의 내각 각료가 교체됐다. 지난달 말에는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에 따라다니는 핵심 실세 그룹에 이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황병서 당군사부 부부장이 새롭게 얼굴을 드러냈다.

◆ 특별취재팀=정치부 이영종.김정욱.강주안.서승욱.전진배 기자, 통일문화연구소 정용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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