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우중 묻어둔 진실은…] 출국 배경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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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11일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출국에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당시 출국한 것은 채권단과 임직원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힌 대목이 관가와 금융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발언은 앞으로 상당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출국 전후 정황=대우그룹 워크아웃 직전인 99년 7월 16일 김 전 회장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은 대우에 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김 전 회장은 대우를 자동차 소그룹으로 정리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4조원의 지원으로 대우를 살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7월 27일 정부는 제일은행에 '대우 구조조정 전담팀'을 만든 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김 전 회장에게서 박탈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김 전 회장은 7월 28일과 8월 12일 두 차례 해외출장을 나갔다.

대우 측 인사는 "김 회장이 외국에 있는 동안 정부 쪽에서 '대우와 관련해 사법처리는 없을 것이며, 자동차 소그룹의 구조조정을 맡길 테니 8월 25일 예정된 대통령 주재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해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주장한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에 따라 8월 25일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간담회 바로 다음날 금감위는 대우그룹에 워크아웃을 통보했다. 그리고 채권단이 김 전 회장에게 출국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주장=김 전 회장이 채권단의 권유로 출국했다고 밝힌 데는 자신도 피해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출국 직전까지 자동차 소그룹의 경영을 맡을 것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채권단을 통해 전달된 정부의 메시지에 순순히 응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2003년 1월 미국 포춘지와 한 인터뷰도 DJ에게서 직접 출국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채권단을 통해 그런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의미라는 게 대우 측 설명이다.

메신저로는 당시 유시열 제일은행장과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가 꼽힌다. 제일은행은 대우그룹 주채권은행이었고, 산업은행은 최대 채권자였다. 대우 측은 이 전 총재를 메신저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2002년 본지가 'DJ정권 5년의 경제실록'을 연재할 당시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유 전 행장도 "채권단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내야 할 입장이었는데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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