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특구' 예약한 대덕특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교회 오빠’가 벤처사업가가 됐다. 내년 2월 KAIST 전산학부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황민영(24) 엠제이브이 대표 이야기다. 교회를 다니며 몽골·네팔 등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던 그는 고민에 빠졌다. 봉사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에 글씨를 더해 동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다. 배운 게 ‘전산학’인데 왜 안 되랴 싶은 마음에 직접 기술을 개발해 보기로 했다. 동영상 자동제작 기술에 전 세계 디자이너가 만든 4만5000개의 영상제작 틀을 활용해 ‘비디오 팩토리’를 만들었다. 누구든지 사진만 있으면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친김에 그는 지난 4월 뜻이 맞는 4명의 친구와 회사를 차렸다. 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박람회에 참가해 ‘유튜브’를 공략할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 2월에 세워진 나노람다코리아는 올 12월 초소형 분광센서기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다. 새끼손톱 반도 안 되는 크기의 ‘분광센서기’는 소니나 도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개발에 나선 최첨단 제품이다. 이들보다 앞서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드는 데 성공한 나노람다는 최근 벽에 부딪혔다.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달라”는 문의가 많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업체나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까지 관심은 높았지만 5명의 직원으론 시제품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관식 나노람다코리아 수석연구원은 “ 땀을 통해 생체 정보를 확인하고, 과일에 묻은 농약 검사를 할 수 있는 등 활용처가 다양하다”면서 “시제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고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마케팅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찾아간 대전시 유성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가 속한 이곳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개발 특화지역이다. 한때는 반도체(4메가 D램) 기술을 개발하며 반도체 강국의 밑거름이 됐던 곳. 하지만 지금은 연간 6조원대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기술을 개발해도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기업의 불모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대박의 꿈’에 도전하고 있는 기술벤처들이 있다. 이들 벤처에 지렛대가 되기로 한 SK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앞두고 10개의 벤처를 선정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2000만원)에 10개월간 사무실을 제공하고, 벤처당 3명의 지원팀을 붙여 도움을 주는 이 공모의 경쟁률은 18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개소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하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이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한 김준웅(39) 엑센 대표는 지난 15일 보안업체의 방문을 받았다. “어떻게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휘어지는 발전기’를 통해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로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기술을 가진 이경수(55) 대표의 테그웨이도 마찬가지다. 훙하이그룹과 나이키로부터 “샘플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대표는 SK와 함께 웨어러블 기기 개발과 헬스케어 사업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블랙박스처럼 활용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이용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가진 엠투브는 SK텔레콤 ‘T맵’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SK는 이들 ‘대박’의 씨앗이 되는 벤처 육성 등을 포함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총 93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은퇴한 원로 과학자들을 위한 ‘사이언스 빌리지’도 짓는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한 건물이 지어지면 본격적인 원로 과학자들의 창업 지원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명국 SK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국장은 “기술기업이 가진 기술을 보완해주고, 판로 개척을 집중 지원해 ‘대덕특구’를 ‘대박특구’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현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