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울돌목 '숭어 대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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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진도군 진도대교 울돌목에서 주민들이 뜰채로 숭어를 잡고 있다. 진도=양광삼 기자

14일 오후 6시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지로 유명한 전남 진도군 진도대교 밑 울돌목 해안가. 뜰채와 고기망을 든 주민.관광객들이 한두 명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쯤 썰물 때를 만나 조류가 세지면서 숭어떼가 지나가자 뜰채를 바닷물 속에 넣어 숭어를 잡아올리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팔딱팔딱 뛰는 숭어를 고기망에 넣기에 바빴다.

김경섭(53.광주시 서구 내방동)씨는 " 뜰채로 숭어를 잡는 맛은 바다낚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쾌감이 있다"며 막 잡은 숭어를 들어보였다. 최근 울돌목 일대가 숭어잡이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진도군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숭어가 몰린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으로 찾아오는 주민.관광객은 주말과 휴일엔 50명, 평일에는 20명이 넘는다.

이들은 낚시나 그물도 없이 뜰채만으로 숭어를 잡아올린다. 뜰채를 바닷물에 한 번 넣으면 어른 팔뚝만한 숭어 2~3마리가 올라온다. 물살이 강할 때는 한 사람이 2~3시간이면 100여 마리를 거뜬하게 잡을 정도로 울돌목은 '물 반, 숭어 반'이다.

울돌목 해협에 숭어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제주도 해역에서 알을 낳기 위해 서해로 올라가는 숭어는 반드시 울돌목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목포와 완도의 중간에 위치한 울돌목 해협 30여m 구간 폭이 700여m에서 460여m로 좁아지는 바람에 조류 속도가 최고 11노트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

이 때문에 이곳을 통과하는 숭어들이 강한 물살에 힘이 빠져 물살이 약한 바닷가 쪽으로 붙어 이동하는 바람에 숭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울돌목 해협은 물살이 워낙 세 최근 정부는 이곳에 조류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진도=서형식 기자 <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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