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 취업전선 지킴이 대구고용안정센터 취업지원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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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노동청 취업지원실 상담원들이 ‘취업 알선 목표 2만명’ 달성을 다짐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지난 9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용안정센터 4층 취업지원실. 직원들은 칸막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마치 대기업 '콜센터'를 들어선 느낌이다. 이곳은 취업 희망자와 구인 업체를 잇는 노동부의 최일선 현장이다.

4월 말 현재 대구지역 실업률은 전국평균 3.6%보다 훨씬 높은 4.5%.

팀장 윤영탁(40)씨는 "전국의 구인.구직 정보가 노동부 전산망에 오른다"며 "지난해 5명이던 상담원을 올해 15명으로 3배나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취업 알선 목표는 지난해 실적 2455명의 8배인 2만명. 벽에 붙은 '하자! 20000'슬로건이 상담원의 의지를 보여 주듯 선명하다.

상담원은 취업 희망자가 생기면 먼저 전산망에 그 사람의 요구 조건을 입력, 비슷한 업체를 찾아낸다. 그러나 임금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연결은 쉽지 않아진다.

상담원은 "취업은 결국 돈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구인 업체는 적게 주고 취업 희망자는 많이 받으려 한다.

전문대 건축학과를 졸업, 관리부서에서 일하다 실직한 박모(34)씨는 "결혼까지 예정돼 있는데 월 90만~100만원을 제시하는 업체를 보니 답답하다"며 이날 발길을 돌렸다. 한 여성 상담원은 "조건이 맞지 않아 취업하지 않는 사례가 많고, 부모도 굳이 조건이 좋지 않은 취업을 권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 경우 상담원은 노동부의 신규 고용 촉진장려금 제도를 업체에 안내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노동부 전산망에 등록하고 6개월이 지난 실업자가 취직하면 업체에 12개월간 월 6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상담원 장현우(33)씨는 "대구는 중소업체가 대부분으로, 월급 100만원 안팎의 경력자를 요구해 청년층 취업이 더욱 힘들다"며 "특정 기술을 지니고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기술이 없으면 영업.운전, 선반.밀링 등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분야에 눈을 돌리라는 충고다.

상담원은 6개월 이상 된 장기 실업자를 만날 때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실업 장기화로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본 때문이다. 단순한 기술.기능을 가진 40~50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장 상담원은 "운전 등 단순 기능뿐인 40~50대를 원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취업을 포기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취업부터 성사시켜야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상담원은 이력서 쓰는 법을 지도하고 사업장에 동행해 면접을 돕는 등 장기 실업자를 지속적으로 챙긴다.

장씨는 "구직자가 워낙 많아 구직표만 던져 놓지 말고 적극 도전해야 한다"며 "한 명이라도 더 취직시키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통과 씨름하지만 취업이 성사되면 그만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사진 1장을 들고 방문해 구직표를 작성하거나 인터넷(www.work.go.kr)으로 신청하면 된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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