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한국 기자 만난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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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평양의 수족관: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의 저자 강철환(37)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40분간 환담했다.

재일동포 출신인 강씨는 북한에 갔다가 탈북한 뒤 현재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강=내가 한국에 온 목적은 바로 수용소 실상을 알리는 것이었다. 참상은 엄청난데 국제 사회가 너무나 몰라서 안타까웠다.

▶부시=북한의 실상을 알린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북한을 다루겠는가.

▶강=먼저 중국을 설득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 다음엔 국제 사회와 공조해 수용소 문제를 매듭짓겠다. 핵 문제는 세 번째다. 북한 주민 입장에선 핵보다 인권 문제가 더 절박하다.

▶부시=인도적 지원은 정치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 게 나의 원칙이다.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다. 임신부나 아이들이 굶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많은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고 또 지원할 생각이다.

▶강=북한은 군대만 먹일 생각을 하지 인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풍선에다 먹을 것을 매달아 굶주리는 지역으로 보내면 된다.

▶부시=그것도 한 방법이다. 한.미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미국은 가장 많은 식량과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언제든 북한 주민을 돕고 싶다. 중국에서 종교단체가 탈북자나 북한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중국 정부의 통제가 심해 아주 어렵다.

▶부시=왜 한국민은 김정일의 인권 유린에 분노하지 않는가.

▶강=한국 TV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한국민이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안다면 분노할 것이다.

▶부시=내가 도울 일은 없는가.

▶강=한국 내 탈북자들이 뭉쳐 북한 실상을 알리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

▶부시=강 기자의 책을 많은 미국인이 읽었으면 좋겠다. 북한 인권 문제는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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