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이튼 스쿨' 인기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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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가 중심이 돼 설립하는 일본판 '이튼 스쿨'에 일본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내년 4월 나고야(名古屋)에서 개교하는'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을 모델로 도요타자동차.주부(中部)전력.도카이(東海)여객철도 등 3개사가 세운 중.고등 일관학교다. 이튼과 마찬가지로 남학생만 선발해 6년간 전원 학교 기숙사에 수용하면서 스파르타식 엘리트 교육을 한다.

11~12일 나고야.오사카(大阪)에서 개최한 학교 설명회에는 모집정원 120명의 16배인 1900명의 학부모가 각각 몰렸다. 이달 말 마감하는 '장학생 원서접수'에도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도요타가 학교 설립 방침을 밝힐 때만 해도 다른 학교들은 회의적이었다. "도쿄도 아닌 나고야에서, 그것도 교육경험도 없는 기업들이 신설교를 만드는데 학생이 찾아오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큰 인기를 끌자 "현 교육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까지 클 줄이야"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학교는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도요타 명예회장의 제안에 따라 설립됐다. "학력 저하, 사회성 상실, 창조성 약화 등 중심을 잃어버린 교육을 개선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일본 중부 지역의 대기업 총수와 학계.관계 인사가 호응했다. 국제성과 창조성을 갖춘 21세기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일본 공교육은 '평균적인 인간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 최고의 교육을 지향하는 만큼 강사진과 시설도 최고급이다.

학교 시설은 나고야 앞바다의 매립지에 200억엔(약 2000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전국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교사들을 스카우트했다. 특별 강사진으로는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일본 게이단렌(經團連)회장,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전 대장성 재무관, 야마오리 데쓰오(山折哲雄)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소장, 가나자와 이치로(金澤一郞) 국립정신신경센터 소장 등 각 분야 리더가 총동원됐다.

학비는 연간 300만 엔(약 3000만원)이지만 성적과 가정형편에 따라 1인당 평균 70만~100만 엔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교장에 내정된 이즈야마 다케오(伊豆山健夫) 도쿄대 명예교수는 "학생 전원을 미국 하버드.MIT에 입학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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