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팔팔한 20대들이 건강팔찌를 차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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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연아, 이거 좀 차봐라."

"그게 뭔데요?"

"음이온 팔찌야. 이거 하고 다니면 건강에 좋대."

"어디서 났는데요?"

"어디서 나긴, 샀지. 골프용품 파는 데 가면 많아."

"생긴 게 무슨 고무줄 같네요."

"그래도 결리고 쑤시는 데 최고라더라."

지난 봄 어머니와의 대화다. 건강에 좋다면 아무 생각 없이 따르는 성격이라서 그날 이후 그냥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 반팔 셔츠를 입어야 하는 계절이 왔다. 소매 속에 감추어져 있던 '건강팔찌'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어느날 신문사의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너도 그거 차고 다니냐? 정말 아무나 차는구나." 아무 생각 없던 나는 그날 졸지에 '아무나'가 되어버렸다.

건강팔찌가 유행이다. 티타늄.게르마늄.음이온 등 이름도 종류도 가지가지다. 왜 건강 팔찌인지 판매하는 업체에 문의도 해봤지만 도대체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근거가 없다기보다 나의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다. 처음엔 축구선수 홍명보가 착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예전 자석팔찌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젊은 패션 리더들이 몰려다닌다는 서울 압구정동 거리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왜 팔팔한 젊은이들까지 이런 팔찌를 차고 다니는 걸까? 황금색 도금을 한 자석팔찌와 달리 건강팔찌는 소재와 색상이 다양해 어엿한 패션 소품 구실을 한다. 한때 젊은이들이 손목에 둘둘 감고 다니던 가죽끈과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작도 다르다. 자석팔찌는 아저씨.아줌마들 사이에서 유행이 일어났지만 건강팔찌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스포츠 선수들에 의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건강팔찌는 대부분 일본 제품인데, 젊은이들의 '따라하기' 대상 중 하나인 일본 연예인들이 이 팔찌를 착용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그럼 Mr.조는 왜 건강팔찌를 열심히 차고 다니느냐고? 패션소품이라서? 어깨결림이나 근육통이 심해서? 나처럼 팔찌를 차고 다니는 어느 후배가 말했다. "선배, 제가 왜 이걸 차고 다니는 줄 아세요? 그건 말이죠, 제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아 몸 상태가 안 좋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예요." 그래 바로 이거다. 내 스트레스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서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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