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간밤에 탬키에 머물러 있었던 베트남 하사관 뉘엔의 운명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다. 다른 하사관인 카오가 우리와 동행했는데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미 색시들이 바와 사창가에서 많이 사라졌던 것이 결정적인 조짐이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카오가 앞장서서 그 집으로 갔는데 벌써 베트남 군인들이 와 현장조사를 하던 중이었다. 실내는 수류탄 몇 발이 터진 듯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냉장고 등속에 파편 구멍이 뚫려 있으며 벽에도 파편이 박혔고, 얼굴과 온몸에 잘디잔 파편 구멍과 혈흔이 덮인 시체 세 구가 시멘트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아마도 밤중에 탁자 앞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다 당한 모양이었다. 그들 모두가 현지의 베트남 경비병들이었다. 총과 방탄조끼가 바로 옆의 의자에 놓여 있었지만 미처 응사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게릴라들은 저희 민간인들은 하나도 상해하지 않았다. 드디어 뒷문을 열고 뒷마당에 나가자 뉘엔의 시신이 거기에 있었다. 뉘엔은 팬티 차림에 벌거숭이였다. 아마도 그를 벽에 돌려세우고 여럿이서 총검으로 찌른 모양이었다. 등판과 옆구리에 총검 자국이 선명했다.
이것은 내게는 아직은 전장에 대한 예습에 불과했다. 탬키에서 나도 하룻밤을 지낼 기회가 왔다. 같은 순찰조원 중에 나보다 반년쯤 먼저 파견나왔던 고참병이 있었는데 평택의 미군부대에서 노무자로 일했다고 한다. 영어도 제법 잘했고 사람이 요령도 있었지만 무리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래 기수들에게도 친구처럼 대해 모두 그와 함께 근무 나가기를 원했을 정도다. 하루는 그가 내게 속삭였다.
- 우리도 양키들처럼 탬키 나가서 한번 놀아 보자.
- 그러다 중사님한테 걸리면 어쩔려고 그래요.
- 괜찮아, 그 양반 매 주말에 본대 들어가잖아. 그러고 너 잘 알아둬라. 내달에 우리들 중 몇 사람은 작전에 차출될 거야.
그림=민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