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의 미래는 … 잿빛-장밋빛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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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낸드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내리는 것은 우리가 의도했던 바다. 가격은 내리지만 시장은 더 커져 이익 규모엔 문제가 없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주력제품인 '낸드 플래시' 방어에 나섰다. 해외 투자분석가와 해외 언론이 낸드 플래시 거품론을 들고 나오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는 등 조기 진화에 힘쓰고 있다.

◆ 왜 낸드 플래시인가=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의 저장매체로 쓰이는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D램과 달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바람에 낸드 플래시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47%에 이를 만큼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메릴린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낸드 플래시의 비정상적인 고수익이 곧 끝날 것이라고 보도하는 바람에 국내외에 논란이 빚어졌다. 메릴린치는 현재 낸드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올해 말까지 40%가 내려가고, 내년에는 연말 가격에서 52%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낸드 신화 끝나지 않았다"=삼성전자는 플래시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메릴린치의 전망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마케팅팀 이웅무 상무는 "올해 낸드 플래시는 공급이 수요의 75~80%밖에 채우지 못했다"며 "이런 현상은 3분기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시장을 키우려는 우리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격이 내리는 것만으로 실적 악화를 전망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논리다. 가격 하락을 상쇄할 만큼 시장이 넓어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그 근거다. 삼성전자가 과거 10년간 시장을 분석한 결과, 플래시 가격이 40% 떨어질 때마다 시장 규모는 3~3.5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만업체 등이 D램에서 플래시 쪽으로 속속 전환하는 바람에 공급이 넘쳤던 D램도 3분기 이후 안정을 찾을 것 같다"며 "이 때문에 D램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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