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차대전 유족회 "총리 신사참배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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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족의 모임인 일본유족회 회장단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 대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자제해 달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유족회는 역대 일본 총리들에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라고 주장해 왔던 일본 최대의 우파 압력단체이자 자민당 표밭이다.

유족회는 11일 도쿄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총리의 참배는 유족회의 비원(悲願)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영령이 조용히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웃 국가들을 배려하고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회장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과 부회장 오쓰지 히데히사 후생노동상 등이 참석했다.

유족회가 자신의 활동 목표와 상반되는 견해를 표명한 것은 당분간 참배를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한국.중국 등과의 외교 갈등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면서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유족회 측에 약속했다. 실제로 그는 해마다 한 차례씩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공약을 지켰다.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참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족회는 그러나 야스쿠니 문제의 해결책으로 거론돼 온 ▶A급 전범의 분사▶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하는 비(非)종교적 성격의 국립 추도 시설 건립 등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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