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옥득진, 80 맥점으로 결승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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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장면3] (72~80)
● . 윤준상 3단 ○.옥득진 2단

심오한 수를 보면서도 아주 쉬운 수는 놓친다.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리는 듯한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옥득진 2단이 72로 때려 귀에서 준동하기 시작했다. 윤준상 3단이 신중하게 뜸을 들이더니 73으로 몬다. 연결을 차단하는 당연한 한 수. 그런데 백이 74로 이었을 때(흑▲의 곳) 조심스럽던 윤준상이 노타임으로 75에 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수가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었다. 단 한 줄 욕심을 부린 이 한 수로 윤준상은 준결승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75는 '참고도1'처럼 흑1로 이어야했다.

이 경우 귀는 백6까지 패가 된다. 그냥 살지는 못하고 패가 되니까 50%의 생존권만 보장되는 셈이다.

실전에선 75로 두는 바람에 76이 선수가 되었고 그 다음 80에 두는 유명한 삶의 맥이 작렬했다. 50%의 삶이 100%가 되었다. 옥득진은 사실상 이 한 수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참고도2'를 보자. 최강의 공격은 흑1의 일선 젖힘. 그러나 백2로 두어 패도 없이 그냥 산다. 백△가 절묘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0에 두는 맥점은 전문적 공부를 해온 윤준상 같은 프로강자들에게는 아주 쉬운 수에 속한다. 하지만 윤준상은 이곳 사활을 가볍게 여기다가 일격을 맞았다. 이창호 9단은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 듯 매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무릇 이창호처럼 일인자의 자리에 오르려는 젊은 강자들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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