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또 부동산 강력 처방한다는데…] 거래는 드문 채 '호가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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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의 30평대 아파트 구입을 고려하던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인터넷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시세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한 달 전 6억원대 중반이던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런 호가에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이를 알 방법은 없었다. 중개업소에 전화해 봤지만 "실제 한두 건 거래가 되고 있고 매물은 계속 줄고 있다.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으니 지금 사야 한다"는 대답뿐이었다. 이씨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가격을 알면 호가가 적절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다. 이런 가격에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처럼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은 차이가 아주 컸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말 강남과 분당.용인 등 주택거래신고지역 내 5개 단지를 대상으로 신고가격과 당시의 매도 호가를 비교한 결과 신고된 거래가격은 호가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아파트 중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 3차 79평의 차이가 가장 컸다. 이 아파트는 당시 10억원까지 매물이 나왔으나 실제 신고된 거래가격은 호가보다 2억6000만원이 낮은 7억4000만원이었다.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 49평은 호가가 10억원이었지만 신고된 가격은 9억원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권 3개 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송파구 송파동 삼성래미안 49평형의 거래신고 가격은 9억5000만원으로 매도 호가보다 5000만원 낮았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36평은 팔겠다는 가격이 10억원이었지만 실제 거래됐다고 신고된 가격은 1억원 낮은 9억원이었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2차 60평형은 신고가격과 호가의 차이가 1억2000만원이었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부동산 사이트의 가격이 호가 위주로 이뤄져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는 격차가 있다"며 "최근 강남과 수도권 남부의 호가 상승에 현혹돼 섣부르게 추격 매수를 하다가는 낭패를 볼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택거래신고제를 통해 확보한 신고가격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송파.서초.강동.용산구와 경기 분당.과천.용인 등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15일 안에 거래 내용을 시청이나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매달 주택가격을 조사해 발표하는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업소 관계자들에게 문의를 해도 실거래가 파악이 쉽지 않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신고 가격을 공개하면 투자자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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