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한·미 정상회담] 평양의 눈과 귀 워싱턴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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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남에 따라 11일부터 가장 부산해질 곳 중 하나가 평양의 외무성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논의를 토대로 향후 북핵 문제와 6자회담과 관련된 전략을 다듬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단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재차 강조한 점을 의미 있는 대목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0일 "북한은 미국이 북한 체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는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온 표현 하나하나를 따져보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인식에 변화가 있는지를 읽어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6자회담 참석 등에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는 생각을 드러내 왔다. 6일 북.미 간 뉴욕 채널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원칙을 밝히면서도 날짜 등 세부적인 틀을 남겨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북한은 부시 행정부와의 접촉 채널을 가동해 진의를 타진하는 한편, 북핵 해결과 6자회담 참석 문제를 저울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으로서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 6자회담 중단 1년째인 26일을 넘길 경우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나온 '북핵 불용 원칙'도 북한에는 껄끄러울 수 있다. 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의 압박뿐 아니라 21일로 잡힌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 채널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 설득도 본격화하게 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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