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중 납치된 이탈리아 여성 아프간 여성들이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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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다 무장단체에 납치된 국제구호단체 케어 인터내셔널 소속 이탈리아 여성 클레멘티나 칸토니(32.사진)가 피랍 24일 만인 9일 무사히 풀려났다.

아프가니스탄 내무부는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부족 대표들, 이슬람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납치범들을 설득했으며 몸값은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방 시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칸토니의 도움을 받은 아프간 여성들의 눈물어린 호소가 석방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라노 출신인 칸토니는 10여 년 전부터 제3세계 빈민구호활동을 벌여 왔다. 2003년 9월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케어 인터내셔널의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HAWA)'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해 왔다. HAWA는 전쟁으로 발생한 과부 1만여 명과 고아 5만여 명에게 식량.교육.의료 등을 지원했다.

칸토니의 헌신은 남달랐다. 매일 전쟁 과부와 고아들을 찾아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그들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다. 과부들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 명의 전쟁 과부들이 칸토니의 사진을 앞세우고는 울면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매일 집회를 열고 "칸토니는 우리의 후견인이었다. 우리를 도우러 온 사람이지 싸우러 온 사람이 아니다. 제발 무사히 돌려보내 달라"며 석방을 호소했다. HAWA에 참여한 23개 구호기관들도 칸토니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 1000여 장을 배포하며 행방을 수소문했다. 아프간 정부도 "'아프가니스탄의 딸' 칸토니를 속히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칸토니는 10일 카불을 떠나 밀라노에 있는 가족들 품에 안길 예정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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