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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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년동안 지속되어온 정부주도의 「국전」이 획기적 변혁을 맞게 되었다.
그것은 과거 실시되어온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폐지와 새로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출발이라는 명칭상의 변화에서 보다도 과거에 누적되었던 불합리와 병폐들이 일단 제도적으로 제거되는 대수술을 겪게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발견할수 있다.
물론 국전제도는 그간 갖가지 분쟁과 불협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미술발전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신인발굴과 기성작가의 보호육성이란 측면에서 국전의 실적은 현저한 것이었다.
그런 국전의 업적이 근래에 와선 오히려 국전제도의 짐이되고 부작용의 원인이 되었던것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초대·추천작가의 증가는 신인작가 진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했을 뿐더러 그것이 영구적으로 보장 받는 계급적신분처럼 오용되기에 이르러서 그 부합리가 늘 지탄되기에 이르렀었다.
더말할 것없이 예술행위는 예술가의 창작정신과 작품역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의 우열은 예술가의 작품으로 판가름되어야할 것이지 어떤 특권이라든가 비예술적 형태로,좌우될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 추천·초대작가제도는 예술세계에 있어서 불필요한 세속의식과 권위의식을 지나치게 조장함으로써 교직이나 작품매매등 작품외적 활동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비리를 빚곤했다.
초대·추천작가는 대부분 역량있는 작가이겠으나 그같은 과보호의 제도는 오히려 이들을 매너리즘과 상업주의에 몰아넣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니까 신진작가의 진출이 억제되고 기성작가의 발전도 저해하는 이중의 손해를 끼친것이 이 제도의 모순이었다.
그점에서 신인들을 위한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기성작가들을 대상으로한 「현대미술초대전」 을 분리한 새제도는 우선 타당성을 느낄수 있다.
특히 「기성」의 과점유로 진출이 어려웠던 신진의 출현에 훨씬 문호가 넓어진다는 점에선 다행스러움이 크다.
이와함께 건축과 사진을 제외한 동양화·서양화·조각·서예·공예등 5개부문에 한정한 공모라든가 구상·비구상의 구분을 폐지한 것은 국전제도가 탄생했던 당초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의미로서 이 제도개혁의 의미를 훨씬 본질적인 것으로 느끼게한다.
또 사실의 문제로서 구상·비구상의 명확한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억지로 양분한 단순사고는 미술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구식적시도들을 모두 무시한 처사로서 그간 미술계의 한 불합리로 존재했었다.
또 시상면에서도 상금을 없애고 작품매인으로 일원화한것도 진일보한 방식이라하겠다.
이는 입상작품을 정부가 사들여 현대미술관으로 하여금 보관, 전시토록함으로써 현대미술관의 충실화에도 큰보탬이 될 수있을 뿐더러 작가로서도 거기에 큰 보람을 느낄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때문이다.
특히 거기에 심사위원의 의견서가 함께 영구보존된다는 것은 심사위원의 안목과 공정성에 대한 영구적인 비판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보다 민주적이며 공정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과거 국전부조리의 하나로 지적되었던 번사위원의 구성과 기성작가초대전의 작가선정위원의 구성이 과연 공정성과 타당성의 면에서 손색없이 이루어질지가 과제로 남는다.
국전개혁의 시발점에서 과거의 부조리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고 믿어지지만 여기에 특히 당국이 신경을 써주기를 부탁한다.
또 국전개혁의 시점에서 그간 국전에 못지않은 독자적 권위와 공현을 유지해온 민전들이 그들나름의 특성을 살릴 새로운 구상이 있어야겠다.
80년대의 시대적상황은 미술의 분야에 있어서도 보호와 육성만이 능사인 시대는 아니다.
이제는 창조의욕이 충일한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예술적 자유의 향수와 전개로써 자신만만한 실험정신을 펼쳐 세계성있는 휼륭한 예술작품을 형상화해내야할 때다.
그러니까 작가들은 과거와 같이 입상에 연연한 작품제작태도를 청산해야겠지만 기성작가나 심사위원등 우리 미술계도 예술작품을 올바로 평가하고 인식하는 양식의 확산에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국전개혁에 처하여 우리미술인들의 분발과 의욕을 촉구하며 아울러 성숙한 예술풍토조성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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