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유전자조작 작물 차별은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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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통 육종 방식으로 개발한 작물에 비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해 만든 작물은 너무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적으로 전혀 그렇게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제6회 금호국제과학상을 받기 위해 최근 내한한 미국 코넬대 스티븐 탠슬리(51.사진) 박사는 유전자조작 작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류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작물은 30여 종으로 3만여 종에 이르는 식물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토마토를 비롯한 식물 육종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농사를 짓는 것은 환경을 엄청나게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치 유전자조작 작물은 환경을 희생시키고, 기존 작물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탠슬리 박사는 유전자조작 작물을 과학적으로 보지 않고 종교적 또는 정치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만연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그가 야생 토마토에서 발견한 병충해 저항성 유전자를 넣어 기른 토마토로 만든 케첩이 전 세계에 팔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식물과 동물, 인간과 식물 간에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교환하거나 넣거나 하는 게 가능한 것은 모든 생명이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20년 전 자신의 문하에 한국인 학생이 들어오면서부터라고 소개했다. 당시 한국 학생은 현재 충남대에 재직 중인 안상낙 교수. 그 이후 한국과 공동 연구도 하고 방문도 했다.

안 교수도 벼와 옥수수 간에 공동유전자가 많아 거의 포갤 수 있을 정도로 닮은 꼴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탠슬리 박사는 대학생이었을 때 생물학 교수의 온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명의 신비에 매료됐다고 했다. 지금도 생명 현상을 밝혀낼 때면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10년 뒤쯤이면 매우 다양한 식물 종에 대한 이해가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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